해외법인 '이것' 따라 실적 희비…"지역 다변화 해야"

신한은행, 시중은행 유일 실적 늘어
다국가 진출 전략으로 리스크 분산 비결

입력 : 2024-08-23 오후 3:01:46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시중은행 해외법인의 상반기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동남아시아 지역 성과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공통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지속된 영향을 받았지만 특정 국가의 외형 성장에 집중한 은행은 실적 하락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문가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라도 해외 진출 지역 다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효자' 동남아 실적 급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373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5920억원 대비 36.9% 감소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전년 동기보다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순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13.9% 증가한 296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신한은행베트남과 SBJ은행(일본)이 각각 전년 대비 12.1%%, 16.7% 성장하며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실적이 감소했습니다. 국민은행은 -87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1140억원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전년 동기 778억원에서 9.8% 감소한 701억원,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 1402억원에서 32.7% 감소한 94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외 사업 법인이 동남아시아에 쏠려 있는 은행들의 실적이 급락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KB뱅크(부코핀은행)에서 1515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84억 일시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습니다. KB뱅크는 인수 당시부터 적자 상태로, 국민은행은 2025년 정상화를 목표로 부실자산을 상·매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충당금 적립액이 늘어 적자를 봤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 소폭 흑자가 났을 때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부실자산 축소 과정에서 적자 늘어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은행은 공격적인 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지역의 실적이 급감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과 베트남우리은행의 순익이 각각 10.5%, 6.3% 감소했습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 환경 악화 영향입니다.  해외법인은 주로 외화 채권 등을 발행해 현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합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연 5.5%에서 6.25%까지 올랐습니다. 조달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것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영업도 하고는 있지만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 거래를 주로 하는데, 동남아 경기가 악화하면서 국내 기업들 자금사정도 안좋아진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특정 국가 쏠림 벗어나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해외점포의 32.2%인 65개 점포가 동남아 8개국에 있고, 국가별로는 베트남 소재 점포가 20개로 가장 많습니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동남아 지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대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5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습니다. 올 1분기에 캄보디아 지점 2곳, 베트남 출장소 1곳을 신설했고 2분기에도 베트남 지점을 열었습니다.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베트남에 카드·증권·라이프·DS 등과 함께 신사옥 입주식을 여는 등 협업을 통해서 베트남 사업을 더욱 가속화할 것을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역 다변화를 수익성의 열쇠로 꼽았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신한은행의 동남아 법인 자산 비중은 전체 해외법인의 36.3%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KB국민은행은 78.9%에 달합니다.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 진출 관련 리스크가 점차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규 혹은 추가 진출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해야 장기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지역별 해외진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진출이 비교적 골고루 분산돼있는 은행의 경우 해외이익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서는 동남아와 같은 개도국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의 해외사업 유지도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동남아 대형은행들은 자국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하고 있으며, 대형 전자지갑 업체들이 비금융사들과 생태계를 형성해 대형 은행과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지 대형은행과 전자지갑 등의 성장으로 한국계 은행들은 현지 저원가성 예금 조달이 더 어려워짐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이 3733억원으로 전년 대비 36.9% 급감했다. 동남아 실적 감소가 주요한 원인이다.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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