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고 폭우가 동반되는 이상 기후가 심화하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 이번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상황이었는데요.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는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채소 등 농산물의 가격이 크게 뛰었습니다. 이는 다시금 전반적인 식품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다가오는 추석에 물가 불안정성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생산자물가 전월 대비 변동률 추이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6(2020년=100)을 기록하며 전월 119.23 대비 0.3% 증가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 전월 대비 변동률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오름세를 유지했다가 6월 보합세를 보인 뒤, 지난달 다시금 상승 전환했는데요.
이중 지난달 농림수산품은 전월 대비 1.6%로 평균을 훨씬 웃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농산물(1.5%), 수산물(2.2%), 축산물(0.4%)이 일제히 올랐는데요. 세부적으로 상추(171.4%), 오이(98.8%) 등 급등세가 두드러졌습니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등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수로,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달 폭염이 극심해 채소류를 중심으로 작황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소비자물가 상승폭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주요 채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030원으로 불과 5일 전인 16일(2000원) 대비 1.5% 상승했습니다. 또 같은 기간 배추는 1포기 당 6806원에서 6926원으로 1.76% 올랐고, 과일인 사과의 경우 후지 상품 등급 기준 10개 당 가격이 3만946원에서 3만2575원으로 5.26% 상승했는데요.
이처럼 채소류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들 품목이 이상 기후에 대한 민감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폭염과 폭우가 지속될 경우 농작물 생육환경의 전반적 악화는 불가피한데, 여름 휴가철의 경우 오히려 단기 먹거리 수요가 증가하는 시즌이다 보니 농산물 가격은 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와 같이 기후 변화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기후플레이션'이 사실상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영구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이후 월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이상 기후가 평균 약 1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후의 아열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 같은 기후 변화가 점점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후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선제적 농산물 수급 안정 방안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물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먹거리 가격 변동성이 매년 커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된다. 특히 여름철부터 추석 시즌은 가을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라 더 위험하다"며 "지역별로도 이상 기후의 편차가 크고 수급 농수산물의 품목이 다르다. 정부가 이에 대한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시에 농산물 생산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대체 작물을 발굴하는 속도 역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유통 매장에서 소비자가 상추 매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