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전기차 화재)①차종별 화재 전기차-내연기관 ‘엇비슷’

최근 5년간 차량 배터리 화재율 0.151%
비배터리 화재율은 0.73%…0.078%P차
올들어 화재율 격차 0.016%P까지 좁혀져
제조사들 “BMS 등 차량·배터리 안전기술로 충분”

입력 : 2024-08-23 오후 5: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전기차 화재 포비아가 번졌지만 실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화재율은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전기차 등록대수가 늘어날수록 화재 피해도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생겼지만 전기차 화재율은 상용화 기간이 누적되면서 되레 낮춰지는 추세도 보입니다. 주차장 대형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지만 공포감이 지나치다는 제조사들 주장을 일부분 뒷받침합니다. 다만, 전기차의 화재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소방대책은 물론 소비자가 안전에 유의할 필요성은 제기됩니다. 제조사와 전문가들은 과충전 방지나 지상주차 등 미봉책보다 차량 내 안전기술 개선을 강조했습니다.
 
 
전기차 기술 향상…화재율 개선 뚜렷
 
23일 소방청 및 국토교통부 통계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8월21일까지 차량(선박부품 포함) 배터리에서 난 화재 건수는 916건으로 2024년 6월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 60만7000대 중 화재율은 0.151%를 기록했습니다.
 
또 전체 자동차 화재에서 배터리 화재를 뺀 화재 건수는 같은 기간 1만8528건으로, 비전기차 누적 등록대수 2423만1017대 중 화재율이 0.073%입니다. 배터리로 인한 차량 화재율이 비배터리보다 조금 높지만 0.078%포인트 격차에 그칩니다.
 
이러한 차량 배터리 화재율은 근래 더 낮춰졌습니다. 올들어 8월21일까지 차량 배터리에서 난 화재는 158건으로 화재율은 0.026%입니다. 같은기간 비배터리 차량 화재는 182건으로, 화재율 0.01%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둘사이 격차는 0.016%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전기차 상용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품질 및 안전기술이 향상되며 화재율이 줄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2020년 전기차 등록대수가 13만4962대일 때 화재율은 0.135%(차량 배터리 화재 182건)였습니다. 이에 비하면 최근 화재율 하락이 더 두드러집니다.
 
전날 전기차 안전 대책을 논의한 국회 포럼(박지혜 의원 주관)에서도 손영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다만 “배터리의 열폭주 특성 등으로 화재 시 대형피해 우려는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수치로 봐도, 화재 위험도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편입니다. 올들어 8월21일까지 전체 차량 부품(선박부품 포함)에서 발화된 화재의 사상률은 2.774%로 나타났습니다. 사망률과 부상률 각각 0.555%, 2.219%입니다. 그 중 차량 배터리에서 난 화재만 따로 보면, 사상률은 3.797%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사망률과 부상률은 각각 0.633%, 3.165%입니다. 재산피해 규모는 차량 배터리에서 난 화재가 건당 약 2091만원으로, 전체 차량 부품 화재 건당 1073만원보다 2배 정도 많았습니다.
 
“지상주차, 과충전 방지는 미봉책”
 
이에 따른 전기차 안전 대책은 조속히 이행 가능한 지상주차나 과충전 방지 등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소형) 화재는 절반 정도가 과충전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충전이 완료되면 전기 전원을 분리할 것을 조언하지만, 야간 수면시간 주차해놓고 충전하는 전기차의 경우 이런 관리가 어렵습니다.
 
제조사들은 그러나 차량 내 소방안전기술만으로 충분하다며 전기차 기피현상을 경계했습니다. 같은 포럼에서 고창국 SK온 부사장은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의 실규모 소화시험(2024년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을 인용해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을 경우 피해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며 “이번 청라 화재 사고 이전 전기차 화재가 대규모로 확산된 경우는 없었으며, 오히려 내연기관차 화재가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경우가 있었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도 “전기차 배터리가 100% 완전 충전 상태에서 안전평가를 거치며, 소비자가 완충해도 추가 충전 가능한 용량이 존재하도록 설계된다”고 설명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양사는 특히 “배터리 두뇌 역할을 하는 첨단 BMS가 만에 하나 과충전 등 문제가 발생해도 차단하고 제어해준다”고 강조했습니다.
 
BMS 등 고급 안전기술은 비용 문제와 연결됩니다. 따라서 소비자가 단순히 저가 전기차만 고를 게 아니라 안전을 고려한 합리적 구매를 돕도록 차량 부품 정보가 상세히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손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내 수백개 셀 중 단 1개의 셀 손상에 의해 화재가 발생해 대형 화재로 확산될 수 있다”며 “전기차 화재를 근본 예방하려면 배터리 데이터뿐만 아니라 셀 단위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상태를 진단하는 BMS 등의 기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내 배터리 3사의 경우 SK온은 Z폴딩 공법과 화재전이방지 S팩, 고내열 분리막 적용 등으로 안전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안전성 강화 분리막과 방화소재 및 쿨링 시스템을 적용한 모듈을 씁니다. 삼성SDI는 가스배출장치와 과충전 및 단락 차단 장치로 화재사고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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