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주요 건설사들이 장기화하는 건설업 불황 타개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건설사들이 택하는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자회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해까지 단순 주택 사업 위주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친환경과 에너지, 스마트건설 분야 등에 적극 투자해왔는데요. 올해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현상 유지를 강조하며 자회사나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합병과 편입, 매각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내부 조직과 직급체계 개편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한층 젊어진 리더진이 단순하고 명료한 직급 체계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일 자회사 SK머티리얼에어플러스 편입을 승인했습니다. SK머티리얼에어플러스는 반도체 산업 등에 활용되는 질소·산소·아르곤 등 산업용 가스를 제조·공급하는 기업입니다. SK머티리얼에어플러스는 산업용 가스와 액화탄산을 장기 공급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안정적 이익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사옥 (사진=송정은 기자)
반도체 모듈기업인 에센코어(Essencore)도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됩니다. 에센코어는 DRAM 메모리 모듈을 비롯해 SSD, SD카드, USB 등 메모리 제품을 전 세계에 제조·판매하고 있습니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는 오는 11월 1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자회사 편입을 통해 반도체, AI, 환경사업 등 여러 분야에서 복합적인 시너지를 창출하고 재무 안정성을 높여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시공능력평가 20위권 내의 DL건설도 연초 모그룹인 DL그룹의 DL이앤씨가 100% 지분을 획득해 DL이앤씨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편입 당시 DL이앤씨는 해외 플랜트 사업확대와 탄소포집기술(CCUS)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자회사 매각을 통해 현금 보유고를 늘리거나 손실을 최소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GS건설은 최근 자회사 GS엘리베이터와 GS이니마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S엘리베이터 매각은 적자 사업 정리를 통한 손실 최소화, GS이니마 매각은 현금 확보가 목적입니다. 업계에서는 수처리 전문기업 GS이니마의 지분 100% 가치를 1조6000억원 규모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젊은 리더 발탁·직급체계 단순화 추진…내부 조직력 강화 방점
이와 함께 젊은 리더진을 발탁해 조직 문화를 쇄신하고 직급 체계를 단순화 하는 등 내부 조직력 강화에도 힘쓰는 추세입니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건축사업부와 인프라사업부를 본부급으로 격상시켜 현장 사업수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건축사업본부는 1974년생인 김민석 본부장이, 인프라사업본부는 1975년생인 이준명 본부장이 맡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만 나이로는 40대로 업계에서도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개편으로 한화 건설부문 조직은 5본부 1사업부 체제로 운영됩니다.
한화 건설부문 임직원들이 지난달 28일 경기도 여주의 한 현장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한화건설 부문)
개편 이후 한화 건설부문은 △개발사업본부 △건축사업본부 △인프라사업본부 △해외사업본부 △경영지원본부 △풍력사업부로 구성됩니다. 이 가운데 풍력사업부는 한화그룹 사업재편에 따라 오는 10월 한화오션에 이관될 예정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를 분리한 까닭은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라며 "붕괴와 하자 등 품질문제가 건설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개별 본부에 책임성을 부여해 현장 사업 수행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사는 나이와 연차와 상관없이 각 분야별 전문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을 보직에 발탁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우건설은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로 이뤄지는 전통적인 직급 체계 대신 전임-선임-책임 3단계로 단순화 시켰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7월 이와 같은 직급 개편안을 발표했는데요. 해당 직급체계는 지난 2일부터 적용되고 있습니다. 직급 개편과 함께 성과 평가 등급도 5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하고 의무적인 하위평가 할당을 없애 불필요한 경쟁을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를 만들고자 지난 2년간 노조와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며 "일과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