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기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범정부 대책이 공개됐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을 정부가 사전에 인증하는 '배터리 인증제'가 다음 달부터 시작되고 배터리 주요 정보 공개도 의무화됩니다. 충전기 개선, 화재 예방과 진화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 등 기존보다 진일보한 방안이 제시됐는데요. 다만 실시간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경고하는 시스템(BMS)의 업데이트가 어려운 구형 전기차 모델이나 과충전 예방이 없는 기존 보급 충전기 등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배터리 인증제·BMS 개선…전기차 '안전성' 확보
정부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을 확정했습니다.
우선 전기차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화재의 주 원인인 배터리 관리를 정부 차원에서 강화합니다. 전기차를 제작할 때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사전에 인증하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애초 내년 2월에서 오는 10월로 앞당겨 시범 사업에 들어갑니다.
전기차 정기 검사 시 배터리 검사 항목에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을 추가하고 내년 2월부터 예정대로 배터리 이력 관리제도 시행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상태를 감지·경고하는 BMS 기능도 고도화합니다. BMS 센서 다변화, 알고리즘 정확도 향상, 화재 전 가스배출 감지 및 냉각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BMS의 화재진단·제어 성능을 높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내부 단락으로 인한 화재위험 등을 낮추기 위해 분리막 안정성 향상을 위한 첨가제 개발과 배터리팩 소화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도 지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전기차 제조사 책임도 강화됩니다. 내년부터는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고,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하주차장 방화소재 의무 사용…소방서에 전기차 화재진압장비 배치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 조치도 대책에 포함됐습니다.
모든 신축 건물 지하 주차장에 화재 조기 감지와 연소 확산 방지가 가능한 '습식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성능이 개선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 지하 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 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건축법 시행령도 개정할 계획입니다.
내년까지 240개에 달하는 전국 모든 소방관서에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도 전진 배치됩니다. 군용 기술을 활용해 지하 주차장 진입이 가능한 무인 소형 소방차도 연내 개발하고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입니다.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주차구역과 충전시설 확대 의무 이행 시기는 1년간 유예할 방침입니다.
충전 제어·배터리 셀 전수조사 보완 필요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왔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전기차 포비아를 일으키는 원인은 지하 주차장 충전소 등 폐쇄 공간에서의 폭발인데요. '충전 제어'에 대한 대책이 아쉽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전국에 설치돼 있는 31만개 완속 충전기에는 과충전 예방 기능이 없다"며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터리 셀 전수조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아예 배터리를 제조할 때 내부 셀 불량을 3D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개인 운전자들이 과열 시 대응할 매뉴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전기차는 배터리가 팩으로 밀폐돼 있어 과열돼도 소화 약재 투입이 안 되는 단점 때문에 불을 끄기 어려운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화재는 물로 소화하는 게 전 세계 표준 매뉴얼인만큼 전기차 한 대 불 끄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한 아파트 주차장에 부착된 '전기차 관리 주의'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