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국제결혼은 국적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입니다. 단일민족을 강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국제결혼을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상대방을 소개받아 결혼하는 경우도 많고, 해외 체류 중 연애를 해서 국제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결혼은 유독 사기 결혼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국제결혼을 해서 한국에 입국한 후 태도가 돌변하거나 가출하는 사례, 처음부터 한국 국적 취득이 목적이었던 사례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자동출입국심사 관련 홍보 배너를 살펴보고 있다. 국민 입국심사대 이용 가능 외국인은 결혼이민자(F-6) 및 동반가족, 재외동포, 영주자격(F-5) 소지자가 대상이다.(사진=뉴시스)
최근 한국 남성과 2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베트남 여성이 결혼 후 2주 만에 가출한 일이 전해졌는데요. 가출 후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 여성은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다가 경찰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체포 당시 여성은 베트남 집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며 저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종종 한국 체류자격을 얻거나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인과 결혼을 선택하는 외국인이 있는데요. 주로 본국보다 한국의 임금 수준이 높아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초기에 가출한 후 불법체류 하면서 돈을 버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진정으로 혼인할 목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인은 원치 않게 이혼 경력이 생기거나, 국제결혼을 위해 지출한 비용 등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는데요. 원치 않게 발생한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으로는 혼인의 무효·취소·이혼 등이 있습니다.
혼인 무효란 남녀가 혼인신고를 해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부로 되어 있으나 혼인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민법은 혼인의 무효 사유를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혼인이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에서 이뤄진 때 △당사자 간에 직계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당사자 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 관계가 있었던 때 등으로 한정합니다(민법 제815조).
혼인이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면 당사자는 처음부터 부부가 아니었던 것이 되는데요. 혼인이 무효가 되면 당사자는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고, 혼인무효 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있는 이상 언제든 제기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혼인관계가 이혼으로 해소된 이후라도 원칙적으로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는 전원합의체 판결도 있었는데요(2020므15896). 혼인관계가 무효가 된다면 혼인관계를 전제로 형성된 법률관계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으므로 사기 결혼 피해를 당한 당사자에게는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인 겁니다.
혼인의 취소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가 돼있으나 그 혼인에 위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혼인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인데요. 혼인의 취소 사유 역시 △혼인이 혼인적령 위반, 동의 없는 혼인, 근친혼 또는 중혼인 때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816조).
혼인이 취소되더라도 그 효력이 소급하지는 않습니다(민법 제824조). 법원의 판결에 의해 혼인이 취소되는 때로부터 그 혼인의 효력이 소멸하는데요. 혼인이 취소되면 당사자는 혼인의 무효와 마찬가지로 과실 있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혼인의 취소는 그 청구권의 소멸 시기가 정해져 있어 만약 사기를 이유로 혼인의 취소를 청구하고자 한다면 사기임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청구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혼인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취급되므로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혼인의 기록은 남고 혼인이 취소된 사유가 기록됩니다.
가장 익숙한 혼인관계의 정리 방법은 이혼입니다. 이혼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방법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혼인의 무효나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이혼을 통해 혼인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이혼 사유를 기록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가출하거나 출국해서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이러한 경우라면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고 혼인관계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손해배상청구는 승소하더라도 실제로 집행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국제결혼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부터 사기 결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무엇보다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국제결혼 중개업은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육 이수 △1억 원 이상의 자본금 보유 △보증보험 가입 △일정 기준 사무실 사용권 확보 등의 기준을 충족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이 등록증을 내주게 돼있습니다(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등록된 업체라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데요. 혼인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신뢰성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등록제가 아닌 허가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입니다.
결혼하려는 당사자도 중개업체가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확인하고, 업체가 제공하는 상대방에 관한 서류 검토와 상대방을 알아보기 위한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합니다. 중개업체와의 계약서 내용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소개받은 상대방과의 혼인이 사기였던 경우 중개업체의 손해배상 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해 피해 발생 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