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미리보는 대법원 쟁점

22일 노소영-김희영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
1심 선고 결과는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에 영향
SK그룹 성장배경 놓고 최태원-노소영 간 주장 팽팽
최태원 측 "2심 재판부, 'SK C&C '가치 판단' 잘못해"
노소영 측 "노태우 비자금이 최태원 재산 형성 기여"

입력 : 2024-08-21 오후 3:37:3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22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옵니다. 노 관장은 김 이사장에게 30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노 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배우자입니다. 김 이사장은 최 회장의 동거인입니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하는 과정에 김 이사장의 책임이 상당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노 관장과 김 이사장의 재판의 결과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세기의 이혼소송' 상고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걸로 보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뉴시스)
 
대법원은 21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사건을 1부에 배당했습니다. 주심은 서경환(58·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이고, 노태악·신숙희·노경필 대법관이 함께 심리할 예정입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월 이혼소송 항소심 판단에 불복, 상고장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상고심에서 가장 쟁점이 될 부분은 재산분할 대상에 SK 주식을 포함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1심은 최 회장의 SK 주식을 대부분 '특유재산'으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재산을 모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1조3808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그룹 성장의 밑바탕이 됐고, 노 전 대통령이 최 전 회장의 경영활동에 방패막이 역할을 해 무형적 도움을 줬다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전 회장에게 전달되면서 SK그룹이 증권사를 인수하고, 대한텔레콤(현재의 SK C&C, 1998년 대한텔레콤에서 SK C&C로 사명 변경)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었다는 노 관장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는데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갖고 있던 ‘선경 300억’이라고 적힌 메모와 선경건설의 300억원 어음을 노 관장 측이 제출하면서 사실인정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겁니다. 선경은 SK그룹의 옛 사명입니다. 또 대한텔레콤은 현재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의 모태가 되는 회사입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돈으로 그룹을 키워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문민정부 시절 진행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라는 겁니다. 2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SK C&C 주식 가치 산정을 잘못 기재해 판결문을 경정한 사실도 문제로 삼고 있는데요. 판결문 경정에 불복하고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 재항고한 상태입니다. 주식 가치 산정의 오류가 재산분할의 범위와 비율을 판단하는 근거가 됐으므로 단순히 경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기재 오류가 있는 경정 전의 판결문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대법원에서 세부적으로 다뤄질 다른 큰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비호와 비자금 등이 SK그룹의 경영활동에 도움을 줬다는 사실인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SK C&C의 주식 가치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경정한 것이 정당한가 등입니다.
 
판결 경정에 대한 최 회장 측의 재항고가 인용된다면 경정 전 판결문으로 상고심이 진행되게 되는데요. 상고심은 법률심(사실문제의 판단은 원심판결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기속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하는 심급)이므로 재산분할의 범위나 비율을 다시 판단하기 위해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재항고가 인용되지 않는다면 노 전 대통령의 도움이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로 인정되는 과정에 영향을 끼친 김 여사의 메모에 적힌 내용의 신빙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정된 판결문을 토대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므로, 재산분할 대상의 범위와 비율에 영향을 미친 SK C&C의 주식 가치가 바뀐 만큼 그 범위와 비율이 다시 판단돼야 하는 것인지도 쟁점이 될 것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의 분배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데요. 대법원도 부부의 일방이 상대방의 협력 없이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부부의 다른 한쪽이 적극적으로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해 가치의 감소를 방지하거나 가치의 증식에 협력한 경우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산분할의 비율은 개별재산에 대한 기여도가 아니라 기여도를 포함한 모든 사정을 고려해 전체로서 형성된 재산에 대해 상대방으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하는데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1심에서는 최 회장 60%, 노 관장 40%의 기여도를 인정했습니다. 2심에서는 최 회장 65%, 노 관장 35%의 기여도를 인정했습니다.
 
재산분할에 관한 사건은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폭넓은 재량을 갖고 판단하게 되는데요. 사실을 조사하는 데 있어서도 엄격한 증명이 아닌 자유로운 증명으로 충분합니다. 2심이 폭넓은 재량을 바탕으로 확정한 사실인정에 대해 대법원이 법리적 판단을 통해 뒤집는 판단이 나올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양측 모두 쟁쟁한 대리인단을 선임해 상고심의 공방에 나선 모양새인데요.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공격과 노 관장 측의 방어 중 어느쪽의 손을 들어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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