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공익제보자가 '불법침입' 의혹과 '불법사찰' 논란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수원은 강창호 한수원노조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지부위원장을 '건조물 침입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월성 원자력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폭로한 장본인입니다. 한수원은 강 위원장이 직위해제 당시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사무실을 무단 출입했고, 회사 문건을 출력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강 위원장은 한수원이 자신의 은행 방문 일정과 노조 활동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울산 남구 울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창호 위원장에 대한 4차 공판에서 강 위원장의 변호인은 "한수원이 강 위원장의 일일 근무상황과 은행 방문, 노조 활동 등 개인적인 민감정보에 대해 직위해제자 근태관리 명목으로 정보를 불법 수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강 위원장이 '출근정지부 직위해제' 조치를 받은 지난 2020년 2월을 전후해서 한수원이 강 위원장에 대한 근태 특이사항 관리와 직위해제자 동향 조사를 했다고 했습니다.
강 위원장의 변호인은 회사 업무 외에 사적인 생활과 정치적 성향 등의 민감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수집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변호인이 제시한 강 위원장의 근태내역 동향조사 내용을 보면 일별로 '개인 휴가', '오전 반차', '업무일지 미작성' 등의 내용 외에도 '13-15시 외출(증명서 발급, 은행 업무)', '은행 업무 외출 16-18시' 등 업무 외 일정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한수원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수원 감사실의 이모 부장은 "강 위원장에 대한 동향 보고에서 은행 업무와 외출 등 개인의 사생활 정보가 수집돼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항을 검토한 적 있느냐"는 변호인 측 질문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특정 직원에 대한 자료 수집이 불법 사찰이라는 생각은 안 했느냐"는 질문에는 "근태 관련 정보가 사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강창호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새울1발전소 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 재판에 대한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공익신고자 보호 아닌 고발” 한수원 비판도
한수원은 강 위원장이 직위해제로 인해 노조사무실 외에는 출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회사 사무실을 무단 출입한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한수원 감사실의 이 부장은 “출근정지부 직위해제를 받고 공문을 통해 강 위원장에서 출입 통제 사실이 전달됐다”며 “다른 사무실에 들어와 무단으로 자료를 출력한 건 인사명령 조치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의 변호인은 공익제보자인 강 위원장이 당시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고발한 이후 부당 직위해제를 당했고, 한수원에 의해 개인 사찰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부득이한 행동이었다는 입장입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과 황수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 7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강 위원장은 지난 2020년 1월 한수원 내 감사실에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신고했고, 서울중앙지검에는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수원은 같은 해 2월 강 위원장에 대해 직위해제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강 위원장은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 ‘월성 원전 조기폐쇄 부패행위 신고 관련 신분 등 보장조치’를 신청해서 공익신고자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고발과 직위해제 조치의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로 최종 직위해제 취소 판결을 받고 복직했습니다.
변호인은 “한수원 감사실은 공익신고자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에도 불구하고, 공문의 근거 없는 출입 제한 조치를 내세워 사무실 출입을 불법행위로 단정하고 있다”며 “강 위원장은 노조지부장으로 당연직 산업안전보건위원이어서 한수원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을 가진다”고 했습니다.
울산=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