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22대 국회의 첫 대정부 질문이 '김건희 여사'로 점철됐습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가방 수수' 사건 등을 언급하며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정부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질의 도중 국민의힘 의석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천 개입 의혹' 수사 촉구에…"사실관계 확인 안돼"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정치 분야)은 김 여사로 시작해 김 여사로 끝났습니다. 특히 논란이 됐던 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적이 없는 김건희씨가 대통령 행세를 한다"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급기야 김건희씨가 전 여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며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국민은 기억한다. 어떤 부적도, 어떤 무당도 막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자로 나선 박지원·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김 여사가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에게 지역구 옮기면,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습니다.
이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습니다. 박 장관은 '현역 의원 2명을 포함해 다수의 진술이 보도에 담겼는데 이게 구체적이지 않냐'는 박 의원의 질타엔 "공정하게 하겠다"는 짤막한 답변만 내놨습니다.
박 의원은 검찰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수사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장인(문재인 전 대통령)이 수입 없는 사위에게 생활비를 주다가 사위가 취직한 후 안 줬는데 이게 뇌물죄냐"며 "이 논리대로라면 300만원짜리 디올백도 최재영 목사가 안 사줬으면 윤 대통령이 사주니까 윤 대통령도 뇌물죄"라고 직격했습니다.
"영부인이라 '황제 조사'한 게 아냐"
정부는 김 여사와 관련한 문제제기에 '수사와 재판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수사가 지지부진한 데다, 심지어 수사 검사들이 김 여사 안방이나 다름없는 경호처 건물로 찾아가 휴대전화를 제출한 채 조사를 진행해, '황제 조사'라는 조롱까지 받고 있는데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해당 논란을 문제 삼자, 박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부인이라 생긴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경호가 필요하다면, 통상적인 일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뿐 아니라 경호가 필요한 모든 인사에게 폭넓은 '황제 조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서 의원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서도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서 의원은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언급하며 "제가 녹취를 들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씨가 이야기한다. '혼자만 알고 있어. 3500원 밑으로 회장이 딜을 해 놓았대. 주식을 떨어뜨리지 않으면 성사가 안 된대.' 이게 주가조작이 아닐 수 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검찰 종합 의견서에 '최은순·김건희 모녀는 23억을 벌었다'고 나온다"며 "엄마는 9억, 딸은 23억 벌었다. 이거 주가조작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박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현재 수사와 재판 중이므로 그 수사 재판 결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답을 피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