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 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두고 의학계가 찬반으로 맞섰습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12일 강유정·임광현·서영석·전진숙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에서 신중론을 폈습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이 12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박 센터장은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나 이들의 행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모든 과도한 게임 사용이 질병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단순한 일시적 과몰입이나 다른 문제의 증상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불필요한 의료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이 밖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신중히 접근해야 할 이유로 △연구의 불충분성과 정의의 모호성 △행동 중독의 모호성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인식 △임상적 합의 부족 △개인 차이와 상관관계 등을 들었습니다.
박 센터장은 "ICD-11의 진단 기준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며 "경계선에 있거나 다른 원인으로 이런 증상을 나타낼 때는 더 명확한 질병을 기술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무조건 선별해 찾아내야 하는 진단이 아니라 12개월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른 이유 때문에 이런 증상이 있는 게 아닌지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배제 진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반면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의 위험성을 고려해, 적절한 이용을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게임에 대해 "아주 좋은 상품이기도 하지만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공공과 시민사회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많이 팔리면 좋고 계속 지원해줘야 되고, 이런 상품만 바라보기보다는 뭔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도와줘야 되는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공청회엔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도 참석해 각각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통계청 관계자도 부처별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문체부는 사회적 파급 효과를 우려한다며 게임 질병코드 등재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복지부와 통계청은 민관협의체 등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