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온, 메자닌 불공정거래 악용 우려③

소각 않은 자기사채 리픽싱…소액주주 지분희석
발행주식 300% 물량, 최대주주는 50% 콜옵션
불공정거래 악용 우려…재매각 및 콜옵션 '주목'

입력 : 2024-09-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퀀텀온(전 에이치앤비디자인(227100))이 기발행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전환가 조정에 나섰습니다. 대부분이 이미 상환된 메자닌인데 소각 대신 전환가액을 조정한 것인데요. 전환가 조정으로 발행주식이 급격히 늘어나면 소액주주뿐 아니라 최대주주 지배력까지 약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 퀀텀온의 리픽싱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특정투자자의 이익실현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발행주식 300% 메자닌, 지배주주는 콜옵션 50% 보유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퀀텀온은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기발행 CB 및 BW의 발행조건을 변경했습니다. 이미 리핑싱(전환가액 조정)이 한도까지 진행된 CB와 BW의 전환가액을 추가로 조정하는 건입니다.
 
리픽싱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현재 주가가 500~600원대에 형성된 만큼 액면가(500원) 수준에서 리픽싱 한도가 변경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리픽싱 한도 변경의 건은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최저 조정가액이 액면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퀀텀온이 발행 후 주식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물량은 242억5000만원 규모입니다. 주식전환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10회차 CB를 포함할 경우 300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전환가 500원을 가정할 경우 주식전환 가능물량은 6000만주로 발행주식총수(2001만주)의 3배에 가깝습니다.
 
현재 퀀텀온 최대주주인 크립토케어의 지분율은 22.28%인데요. 6000만주의 신주가 발행될 경우 지분율은 5.61%로 급감하게 됩니다. 발행주식이 3배나 늘어나는 만큼 기존주주들의 지분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김준성 퀀텀온 대표 및 김봉관 에이젯에셋글로벌 대표 등 지배주주에게는 오히려 지배력 강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퀀텀온이 발행한 메자닌에 모두 50%의 콜옵션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퀀텀온의 경우 현재 주식전환이 가능한 메자닌 70% 가량을 이미 상환해 자기사채 형태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을 통해 발행했던 5~6회차 CB와 BW 중 주식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168억원을 상환 후 소각 없이 자기사채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168억원 규모의 자기사채 역시 향후 재매각 될 경우 50%의 콜옵션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기사채를 포함해 퀀텀온이 발행한 메자닌은 약 300억원 규모입니다. 전환가가 500원으로 조정될 경우 퀀텀온이 행사가능한 콜옵션은 3000만주에 달합니다. 퀀텀온 발행주식총수의 150%에 달하는 물량에 대한 지배력 행사가 가능한 것입니다.
 
최대주주 지분 넘어선 콜옵션, 불공정거래 악용 우려
 
리픽싱 한도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한 주주의 66%, 발행주식총수의 33%의 동의를 얻어야합니다. 최대주주인 크립토케어와 이전 최대주주인 멘델스리미티드투자조합의 지분율은 30%를 넘어섭니다. 문제는 크립토케어와 멘델스가 사실상 특수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퀀텀온은 지난 4월 최대주주가 멘델스에서 크립토케어로 변경됐는데요. 퀀텀온 최대주주인 크립토케어는 김준성 퀀텀온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에이젯에셋글로벌의 사내이사도 겸임하고 있는데요. 법인등기에 따르면 크립토케어와 에이젯에셋글로벌은 과거 동일한 주소지를 공유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에이젯에셋글로벌은 당초 50억원의 유증 납입을 약속했던 곳인데요. 작년 9월까지 이전 최대주주인 멘델스의 최대출자자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업계에선 퀀텀온의 리픽싱 메자닌이 특정 투자자들의 이익실현 등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콜옵션 규모가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개정을 통해 메자닌 콜옵션 한도를 제한한 바 있습니다. 
 
다만 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어서는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분율 이상으로 확보한 콜옵션은 소각 처리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CB 재매각은 이사회에서 결정됩니다. 결국 최대주주 등 경영진의 목적에 따라 인수자가 결정되고 불공정거래에 이용될 가능성도 커지는 겁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콜옵션을 통해 확보한 메자닌이 투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 등으로 나뉘어 재매각되면 투자자들은 그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사실상 최대주주 등 경영진의 입맛에 따라 CB 인수자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불공정거래에 이용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퀀텀온 관계자는 “재매각 여부 등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실무자들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멘델스와의 관계에 대해선 “현재는 회사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콜옵션 행사 여부와 관련해 김봉관 에이젯에셋글로벌 대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사진=퀀텀온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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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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