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러에서 챗봇까지... 자치구 치매 정책도 'AI'

치매예방에 ICT 기반 터치스크린 도입
AI와 채팅하며 인지와 기억 능력 향상

입력 : 2024-09-19 오후 4:23:58
[뉴스토마토 오승훈 기자] 환자 관리에 머물러 있던 지방자치단체의 치매 관련 프로그램이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치매 환자 가족의 부양 부담감을 덜고 지역사회가 치매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인식을 개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는 것입니다. 
 
양천구민이 양천구 치매안심센터에 설치된 스마트미러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양천구)
 
오는 2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제17회 치매 극복의 날’을 앞두고, 서울시 각 지자체의 치매 정책을 살펴봤습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스마트미러’를 도입한 ‘첨단형’부터, 치매 환자들이 스마트팜에서 기른 채소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파는 ‘소통형’, 인공지능(AI) 인지강화프로그램을 치매 치료에 활용하는 ‘AI형’, 신체활동과 두뇌활동을 촉진하는 ‘놀이형’까지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서울시내 자치구의 참신한 치매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첨단형: ICT 기술로 치매 예방 
 
양천구는 오는 10월부터 구민 1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미러’ 인지 운동교실을 운영해 이를 치매 예방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ICT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미러는 전신 거울 형태의 터치스크린 기기로 20여 가지의 전문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양천구에 따르면, 사용자는 거울 속 자신의 동작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뇌를 활성화해 치매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양천구 관계자는 “스마트미러 교실은 양천구치매안심센터 3층 순환운동실에서 전문 작업치료사의 지도로 10월부터 주 2회(화, 목 오후2시~4시30분) 운영된다”며 “이 밖에도 △배회예방서비스 △치매환자 맞춤형 사례관리 △치매공공후견서비스 △인지훈련 프로그램 및 치매 환자 쉼터 운영 △치매가족지원 서비스 △치매인식개선 교육 및 캠페인 등 다양한 치매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초로기 치매 환자들이 성북구에 위치한 ‘기억 품은 팜 카페’ 내 스마트팜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북구)
 
소통형: 일하고 어울리며 치유하다
 
가족 단위에서 이뤄지던 치료와 관리를 지역 커뮤니티로 넓혀 치매 환자가 일을 통해 치매를 치유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성북구 치매안심센터가 지난 9일 장위석관보건지소 3층에 연 ‘기억 품은 팜 카페’가 그것입니다. 이곳에선 초로기 치매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참여하고, 스마트팜에서 직접 농작물도 길러 야채주스로 만들어 판매합니다. 치매 환자와 지역주민이 만나고 소통하는 이음 공간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기억 품은 팜 카페’는, 치매 예방과 여가 활동을 원하는 지역주민 누구나 방문·활동할 수 있습니다.
 
전홍준 성북구치매안심센터장은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치매 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긍정적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고 일상생활의 훈련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립적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라며 “아울러 카페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인지훈련과 미술활동, 스마트케어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해 스스로 치매를 예방하는 습관을 형성하고 긍정적 정서를 함양하는 인지놀이터이자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강북구의 한 어르신이 치매예방프로그램 '새미톡'에서 AI 새미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강북구)
 
AI형: 치매 진단·돌봄도 인공지능으로
 
양천구와 성북구가 거동이 비교적 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치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강북구의 AI 기반 챗봇 서비스 ‘새미톡’은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것입니다. 지난 6월부터 강북구 치매안심센터가 운영해 현재 81명의 어르신이 사용 중인 새미톡은 인지강화게임, AI에이전트 새미와의 채팅, 생활 전반에 필요한 습관 형성, 뇌 나이 테스트 등을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지강화게임은 기억력, 언어능력, 집중력, 계산능력, 시공간능력, 실행능력 등 6가지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15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문제의 정답률에 따라 1∼5단계까지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무엇보다 AI에이전트 새미와 나누는 과거 회상과 수다 일기 등 일상대화는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강북구에 사는 김순덕(80)씨는 “요즘 누구나 다 있는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인지활동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더욱이 세미와 대화하고 나면 확실히 적적하지 않고 두뇌 회전도 잘 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놀이형: 소풍 가듯 야외에서 치료
 
함께 노는 일도 치료가 됩니다. 관악구 보건소는 지난해부터 치매 예방관리가 일상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야외 놀이형 특화 프로그램 ‘치매안심노리터(老利攄)'를 국내 최초로 운영해왔습니다. 놀이를 접목한 신체활동 및 인지활동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인지 영역을 향상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과 두뇌활동으로 구분해 야외 장소에서 매주(화·수) 진행되고 있습니다. 초성 보고 단어 말하기나 빈 단어 채우기, 패를 던져 단어 만들기 등 게임을 통해 즐겁게 치매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오승훈 선임기자 grantorin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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