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미국이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고 내달 징검다리 연휴까지 예고되면서, 침체됐던 유통가에 훈풍이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간 유통 업황은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 지속, 고금리 기조 문제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장기간 경색된 흐름을 보여왔는데요.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내달 잇따른 연휴로 인해, 모처럼 내수 진작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관측이 제기됩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18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5.25~5.5%에서 4.75∼5%로 0.5%포인트 낮췄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시기인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입니다.
더욱이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 표시 도표)에서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에서 4.4%로 낮아졌는데요. 이는 현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0.5%포인트의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실상 4년 반 만에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미국 금리와의 보폭을 맞춰야 하는 한은 입장에서는 더욱 큰 금리 인하 압박에 직면하게 된 셈인데요.
그간 유통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더딘 탓도 컸습니다. 이에 정부 및 여당을 중심으로 소비 진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요. 이처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개월 만에 최저치인 2%를 기록하면서, 유통가의 내수 진작 토대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조정으로 우리나라도 금리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빅컷에 못 미치더라도 모처럼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며 "유통업계 전반이 고금리 문제로 시름하고 있던 것이 사실인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이 같은 위협 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황금연휴로 인한 외부 활동 인구 증가 기대
미국의 빅컷이 거시적 측면에서 내수 진적 요인이라면, 10월 황금연휴는 유통 업계에 보다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는 이달 3일 국무회의를 통해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이로써 국군의 날을 비롯, 개천절인 3일, 한글날인 9일까지 내달 초 다수의 공휴일이 생기면서 유통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는데요. 단기간이긴 하지만 소비 활성화에 따른 특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 기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부 활동 인구 증가가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최근 백화점 3사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특수를 누렸습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인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 매출은 지난해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2일) 대비 10%가량 증가했는데요. 세부적으로 롯데백화점은 10%, 신세계백화점은 12.5%, 현대백화점은 10.8%씩 각각 매출이 상승했습니다.
업계는 연휴 내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실내를 찾는 가족 단위 쇼핑객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는데요.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의 경우 개인 사정에 따라 장기 휴가를 즐기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온·오프라인 유통 쇼핑 수요가 추석보다도 더 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징검다리 연휴를 겨냥한 업계 마케팅도 치열해지는 추세입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하나투어와 함께 여행 상품 특사 행사에 돌입합니다. 롯데온은 '여행 준비는 롯데온에서' 기획전을 열고 해외여행 상품을 최소 7%에서 최대 12%까지 할인 판매합니다. 롯데온 관계자는 "이달 1일부터 18일까지의 여행 상품 주문 건수는 전월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소비자들이 아예 소비에 나서지 않은 행태를 보이면서, 유통 업황은 좀처럼 회복 활로를 찾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 황금연휴 등 희소식이 전해지면서, 모처럼 업계도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은 어렵겠지만, 이 같은 중장기 호재는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다만 오랜 기간 위축된 소비 심리가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지, 또 업태별로 얼마나 차이가 발생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많은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