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견금속사 ESG점검)②알루코, ESG위원회로 첫 발…내실은 '아직'

국내 중견 비철사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 '유일'
배터리 부품 수주 늘며 배터리 밸류체인 내 ESG 강화 영향
지난해 ESG평가등급 저조…ESG 강화 흐름에 개선 속도 낼 듯

입력 : 2024-09-2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5:5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속산업은 산업 전반의 밸류 체인에서 탄소 배출량과 전력 소비량이 많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금속산업의 ESG 경영 현황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더딘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ESG 전담 조직을 설치해 의사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은 ESG 경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자금 부족과 인재 발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ESG 경영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금속산업의 ESG 현황을 분석하고, 중견 금속기업의 선도적인 ESG 사례를 발굴해 소개한다. 더 나아가 금속산업 전반에 ESG 경영이 확산되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그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알루미늄 제조사 알루코(001780)가 국내 중견 비철금속 기업 중 최초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절차적인 ESG 경영은 강화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 측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알루코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납품 계약을 따내며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제조사들이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서 ESG 강화 요구를 확대하고 있어, 알루코의 실질적인 ESG 경영 강화도 결국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알루코)
 
ESG위원회 설치하고 절차적 ESG 경영 강화
 
20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비철금속 중견기업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알루코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알루코는 지난해 ESG위원회 설치를 준비한 후 올해 주주총회 이후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는 의사결정 전문성과 효율성 등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되는데, 알루코가 ESG 경영을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루코 내 설치된 ESG위원회는 ESG 경영에 대한 기본 정책 및 전략 수립·ESG 중장기 목표 설정·ESG경영 이행 성과와 리스크 대응에 관한 사항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에 경영 전반에 탄소 감축 등 ESG 요소를 가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ESG위원회를 구성하는 인사도 ESG 경험이 있는 인사를 영입해 꾸렸다. 알루코의 ESG위원회는 박진우 대표이사와 서성원·임승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이 중 서성원 사외이사는 알루코 사외이사로 합류하기 전 배달서비스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 대표이사를 지내며 ESG 경영을 강화한 바 있다.
 
서 대표이사 재임 당시인 2023년 발간된 위대한상상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위대한상상은 2022년 플라스틱 폐기물 1274톤 감축 및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감축량 1175tCO2eq(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를 달성했다.
 
국내 중견 금속사들이 이사회 내 별도의 ESG위원회를 두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알루코의 ESG위원회 설치는 절차적으로 국내 중견금속사들 중 앞선 ESG 경영으로 평가된다.
 
알루코가 ESG경영 강화를 위한 조직을 꾸린 배경에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부터 알루코가 배터리 모듈 케이스 양산 등 배터리 부품 사업에 집중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의 밸류체인 전반의 ESG 경영 강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제조사들은 협력사들에게도 ESG 강화를 주문하면서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향후 알루코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배터리와 태양광 등 친환경 사업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루코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SK온의 미국 법인인 블루오벌에 6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모듈 케이스 수주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8월은 미국에 배터리 부품 및 태양광 부품 제조 기지 설립에도 착수했다.
 
친환경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며 알루코의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알루코의 연결 매출액은 3245억원,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2907억원)은 11.6%, 영업이익(235억원)은 6.8% 증가했다.
 
 
실질적 이행 계획 '부족…등급도 2년째 'D' 못 벗어나
 
배터리 제조사들이 밸류체인 내 협력사들에 ESG 경영을 요구하는 만큼, 금속업계에서는 향후 배터리 밸류체인의 요구에 따라 알루코가 ESG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알루코는 절차적 ESG 경영 환경은 조성됐지만 실질적인 ESG 이행 계획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알루코의 ESG등급을 살펴보면 미흡하다.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지난해 알루코의 종합 ESG등급은 D등급을 기록했다. 2021년 ESG등급(C등급)에서 오히려 한 단계 더 하락했다. 올해 알루코의 ESG 경영 성과를 평가한 S&P도 100점 만점 중 알루코의 ESG 점수를 25점으로 평가해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알루코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루코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른 온실가스 및 에너지 관리업체로 지정받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과 배출 목표 관리·이행계획서 제출 등 의무가 없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환경개선 설비에 대한 중요한 자본적 지출(CAPEX)도 올해 상반기 기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알루코의 CAPEX 규모가 커지는 추세인 가운데 해당 투자는 생산량 확대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루코의 CAPEX는 지난해 상반기 24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88억원으로 60% 증가했다.
 
한편, 국내 금속 업계의 ESG 관심사가 환경 부문에 집중되고 있어 알루코도 탄소 감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속업계에 따르면 알루코는 이미 사용된 폐알루미늄을 사용해 알루미늄 원료를 만드는 기술에 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폐알루미늄을 원료로 만들 경우 광물 채굴을 통해 만들어진 알루미늄 원료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이에 ESG등급 향상을 위한 탄소 절감 과정에서 해당 기술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IB토마토>는 알루코 측에 향후 ESG강화 계획 등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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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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