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중동 '전운'…미 대선판 흔든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시기, 미 대선 고려했을 것"

입력 : 2024-09-24 오후 4:55:1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2006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가했습니다.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이스라엘은 '전면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자칫 이번 교전이 중동 전면전으로 확대할 경우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평가입니다. 
 
23일(현지시각) 레바논 남부 마르자윤에서 바라본 키암 마을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도 '만지작'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22~23일까지 레바논 전역에 약 650차례의 공습을 감행해 헤즈볼라 시설 1600개 이상을 타격했습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주요 공격 목표가 헤즈볼라의 순항 미사일, 장·단거리 로켓 발사대 및 공격용 드론 발진 기지였다"고 밝혔습니다. 
 
하가리 소장은 또 헤즈볼라의 공격용 시설 다수가 민가에 숨겨져 있었다며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아동 35명과 여성 58명 등 최소 492명이 사망했고, 1645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이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인데, 이른바 '7월 전쟁'으로도 불리는 지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사망자 추정치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당시 양측은 한 달 간 교전하다 유엔의 중재로 휴전한 바 있습니다. 
 
이번 공습은 무선호출기(삐삐) 무더기 폭발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된 이후 헤즈볼라가 보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는데요.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은 추가 공습은 물론 '전면전'까지 불사하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가자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중동 내 전운이 잦아들키는 커녕 더 고조되고 있는 겁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확전을 노리고 있으며, 이란을 분쟁에 끌어들이려는 "덫을 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두를 전쟁으로 끌어들여 역내 불안정을 초래하길 원하는 건 이스라엘"이라며 "그들은 우리를 우리가 원치 않는 지점으로 끌고가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으로 확장됨에 따라 5차 중동전쟁 우려가 높아지는 실정입니다.
 
트럼프 '압박'에 해리스 '줄타기'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은 분쟁 확산 방지를 위해 소규모 병력을 증파했습니다. 현재 중동에는 미군 약 4만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추가 파견에 나선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우리는 더 광범위한 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도 공습 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 7월 말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작전을 미국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의 군사적 결정에 대한 미국이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때문에 중동 교전 장기화는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지점을 파고 듭니다. 지난 1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TV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중동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내 임기 중 이란의 자금줄이 끊겼는데 바이든 행정부의 느슨한 정책 덕에 이란은 3000억달러의 자금을 비축했고, 이 자금으로 테러를 하고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중동 상황을 고리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실패를 몰아 붙이는 건데요. 실제로 지난 5월 말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을 제시했지만 어떠한 진전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스라엘을 명확하게 지지하면 미국 내 중동계 표를 잃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경우 막대한 선거자금을 대고 있는 유대인들의 표심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줄타기' 전략을 택한 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전쟁 이후 중동계와 유대인들의 표심을 잃었던 만큼 해리스 부통령은 양측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는 겁니다.
 
한편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S)의 마이클 한나 연구원은 "미국의 정치 일정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확대 시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리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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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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