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지난 24일 오전 3시11분경 광주광역시 도심에서 고가의 수입차가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운전자 A씨와 동승자 모두 차를 버리고 도주한 겁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두 명 중 뒤에 탄 여성은 사망했고, 운전자는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A씨가 술자리를 갖고 나온 직후 운전한 정황도 확인하고 A씨를 추적 중인데요. A씨는 지인의 차량을 얻어 타고 대전까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해 운전자 A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 등으로 처벌될 텐데요(제5조의3).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A씨가 음주운전 한 사실이 입증된다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입증하기 곤란하므로 음주운전 혐의는 기소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다만 사고 당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했다는 사실이 입증될만한 CCTV 영상 등이 확보된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는 있습니다.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5조의11).
A씨 차량의 동승자도 처벌받게 될 수 있습니다. 사고로 사람이 죽거나 다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A씨가 도망가도록 부추기거나 도움을 준 경우엔 A씨와 같은 혐의의 방조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A씨를 다른 지역까지 태워준 지인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데요.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을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친족 간의 특례가 적용되는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아니라면 처벌을 피하기 힘든 겁니다.
사고를 낸 차량은 법인 명의로 등록된 고가의 수입차로 알려졌는데요. 자동차보험은 개인 명의로 가입돼 있었으나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법인과 A씨의 연관성을 찾고 실제 소유자나 사용자가 누군지 대포차는 아닌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량의 소유나 사용 관계 등이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와 동승자가 동시에 도주를 한 이유가 단순히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할 것입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5월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씨도 검찰이 음주운전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했는데요. 음주운전을 하고 달아난 운전자가 술을 더 마셔서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이른바 ‘술 타기’로 인해 정확한 측정을 하지 못한 겁니다. 이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습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음주측정을 방해하는 행위를 예방해 음주운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사건은 아직 법안이 통과되거나 시행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므로 A씨에게 해당 혐의가 있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데요. 하지만 A씨는 도주치사상 혐의만으로도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년 10월25일부터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가 시행되는데요. 5년 이내에 2번 이상 음주운전을 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사람이 운전면허 결격 기간 이후 운전하려면 그 결격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부착해야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음주운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기대됩니다. 이외에도 음주운전을 예방하고 위반자를 처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법안과 정책이 조속히 시행돼 안타까운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