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노조 "잘 해보자더니 분사…고용안정 보장하라"

분사 폐업 시 재고용 기한 3년
"리니지식 개발·조직문화 바꿔야"

입력 : 2024-09-26 오후 2:50:04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이 26일 사측에 고용 안정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창사 첫 집회가 열린 이달 12일 이후 보름만인데요. 분사 법인 출범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법인 폐업 시 직원들의 본사 복귀 보장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전국 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엔씨소프트 지회 '우주정복'은 이날 오전 11시30분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집회에는 조합원과 화섬노조 관계자 등을 합쳐 약 200명이 모였습니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지회장(가운데) 등이 26일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 자리에서 송가람 엔씨 노조 지회장은 "1년 전 단체교섭 중 사측 교섭위원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며 "'우리 회사는 최근 10년간 분사나 폐업이나 매각이 전혀 없었고 앞으로 우리를 믿어달라고, 함께 잘 해보자'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송 지회장은 "교섭이 끝나자마자 어린이집이 분사했고, 엔트리브는 폐업했고, 이제는 엔씨QA와 엔씨IDS를 분할하겠다고 한다"며 "노사 간 모범적인 관계를 꿈꿈다더니 이제는 아예 모든 소통을 없애고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돼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어 "재밌고 건강한 게임을 만들어 바로세워야지, 기존의 악습을 모두 그대로 둔 채 인력을 감축하고 비용만 줄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더 이상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지 말고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균하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사회연대위원장(한글과컴퓨터 지회장)은 "엔씨소프트의 단면은 자회사였다가 현재는 사라진 엔트리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며 "직원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생존 위기에 처했으나 엔트리브의 대표는 그 어떤 사과 한마디 없이 엔씨소프트의 부사장으로 돌아가 여전히 똑같은 개발 방향과 조직 문화로 엔씨소프트를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화섬노조는 엔씨 경영진이 신작을 낼 때마다 장르를 무시하고 리니지 색을 입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리니지가 재미있는 게임인 것은 맞지만 모든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가 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트릭스터M' 과 '블레이드앤소울2'에 리니지를 입혔다"며 "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책임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힌 경영진에게 있고 상명하복 군대식 조직문화를 조성한 임원들에게 있다"며 "이번에 분사하는 자회사는 이미 오래전 사라진 직제를 다시 만들어 수직적 조직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섬노조는 현재 엔씨의 상황을 "가만히 있으라"며 선장이 탈출했던 세월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26일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 노동조합원들이 모이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까지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8월 임시주총에서 엔씨QA·엔씨IDS 분사를 결정했습니다. 게임 품질 보증과 시스템 통합 분야를 나눈 겁니다. 분사 법인은 다음달 1일 출범합니다. 분사 법인으로 옮겨지는 인원은 360여명입니다. 노조는 분사 법인 폐업 시 직원들의 본사 복귀 보장을 요구했는데요. 사측은 그 기한을 3년으로 제시했습니다. 3년 뒤 폐업하는 법인의 직원은 본사 복귀가 불가능하단 겁니다. 본사 복귀에 대한 서면 약속은 거부했습니다.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자, 사측은 첫 집회 날인 12일 오후 2차 분사 설명회를 열었는데요.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반적인 근무환경과 복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분사 후 3년 내 폐업 시 본사 재고용 입장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26일 분사 대상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노조는 3년 기한은 유명무실하다며 실효성 있는 조치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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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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