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라하 바츨라프 하벨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릴 전망입니다.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기소 권고에도 검찰은 김 여사에게 최종적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따라 김 여사를 둘러싼 면죄부 논란이 커질 전망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 여사의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나오는데요. 검찰의 봐주기 수사 등으로 인해 법치주의가 훼손됐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수심위 권고에도 '불기소'…'후폭풍' 불가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는 물론,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불기소 처분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수심위는 최 목사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은 김 여사를 의식해 둘 다 불기소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검찰이 두 사람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 수심위에서 기소를 권고했는데도 불기소를 강행한 첫 사례가 됩니다.
수심위 결론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국민감정'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내릴 경우, 검찰은 비판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금품이 오갔는데도 혐의가 없다는 검찰의 결론은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대통령 부인이 명품가방을 받는 장면이 전 국민에게 공개된 사안인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에 대해 야권에선 반발 기류가 거셉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사법정의를 목 놓아 외치던 검찰이 대통령 부인에게 면죄부 뇌물을 바치려고 가진 애를 쓰고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수심위가 명품가방 수수에 청탁금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만큼, 검찰은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은 검찰을 향해 "김건희씨의 청탁성 뇌물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를 충실히 해두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국민권익위원회의 사건 종결 처리부터 김 여사 조사 방법까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권익위가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선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 '위반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 발표했지만, 야권에선 크게 반발했습니다.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등을 적용할 수 있는데도 권익위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검찰 수사팀이 지난 7월20일 검찰청이 아닌 정부 보안청사에 김 여사를 비공개 소환해 검찰이 사실상 '출장조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김 여사 소환 조사 경위를 뒤늦게 보고 받으며 '총장 패싱'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2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가조작 사건은 '검찰 봐주기'…잇단 '정황 증거'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법치주의가 훼손된 사례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 외에도 여럿 있습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앞서 지난해 2월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1심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김 여사가 주가 조작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관심이 쏠렸지만, 검찰은 당시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커녕 서면조사도 벌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2심에서 '전주' 손모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다른 전주인 김 여사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습니다. 최근엔 주가조작 사건의 '2차 주포' 김모씨가 공범에 전달하려고 쓴 편지가 공개돼 논란이 됐는데요. 편지에는 '잡힌 사람들은 구속기소가 될 텐데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 울 수도 있고' 등 김 여사만 처벌을 피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2020년 9~10월에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40여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들과 밀접히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입니다. 특히 김씨 편지나 이 전 대표와의 통화 등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해당 내용은 이미 검찰 수사팀이 조사했던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그동안 검찰이 쉬쉬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