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조이기' 풍선효과…카드론 다음은 '대부'

1금융권·저축은행 문턱 높이자 카드 대출 쏠려
중저신용자 자금 조달 여력 한계 달해

입력 : 2024-10-04 오후 3:30:13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 등 1금융권과 저축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통로'인 카드 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입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같은 소액 급전 마저 막힐 경우 취약 차주들이 대부 등 사금융까지 손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카드론 44.7조 역대 최대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카드론 잔액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카드(029780)·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카드 등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 대출 규모는 44조665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카드 대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지난달 스트레스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줄어들면서 이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렸습니다. DSR 규제가 강화되면 가산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시중은행은 이미 스트레스 DSR 2단계 강화 이전부터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도 문턱을 높였습니다. 은행권 신용대출도 막힌 대출 수요자들은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의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2금융권 풍선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보험사들도 유주택자의 주담대를 중단하거나, 물량 조기 소진으로 주담대를 줄줄이 막기 시작했습니다.
 
저축은행권업계도 풍선효과를 우려해 신용대출 관리를 선제적으로 단행했습니다. 저축은행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올해 2분기 기준 1조1031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5.0% 감소했습니다.
 
결국 대출 수요는 카드사의 고금리 대출로 수요가 몰렸습니다. 카드사들은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중저신용자들의 카드론 금리를 높게 산정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카드사들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인 여신전문채권(여전채) 금리가 인하되면서 카드론 평균 금리도 소폭 내려갔지만 중저신용자들은 오히려 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8곳의 신용점수별 카드론 평균 금리는 지난달 20일(운영가격) 기준으로 14.29%입니다. 전월 대비 0.06%포인트 낮아졌지만, 신용등급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는 17.17%로 0.17%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ATM 기계에 표시된 카드론 문구.(사진=뉴시스)
 
취약층 상환부담 한계 달해
 
카드 대출은 신용카드 소지자라면 누구나 별도 서류 제출이나 심사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은행권 대출이 불가능한 금융 소비자들이 카드론 또는 단기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 등으로 급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사들 입장에서 카드론 증가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이 커 부실 대출로 분류됩니다.
 
실제로 카드론 연체율(30일 이상)도 지난 8월 말 기준 3.1%로 나타났습니다. 연체율은 지난 2021년 1.9%, 2022년 2.2%, 2023년 2.4%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8월 3%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3년(6조600억원)과 2004년(1조9880억원)을 제외하면 역대 세 번째 규모입니다.
 
연체 금액과 연체 건수도 늘었습니다. 연체 금액은 2021년 7180억원(20만건), 2022년 8600억원(24만9000건), 2023년 9830억원(26만5000건)에서 올해 8월 말 1조3720억원(31만2000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빚은 제때에 갚지 못해 다시 카드론으로 돌려막는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달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도 카드론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매일 카드론 잔액 추이를 모니터링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특히 올해 카드론 규모가 급증한 일부 카드사에는 리스크 관리 계획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카드론이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주담대나 신용대출처럼 급작스런 규제를 하기 힘들지만, 카드론 영업을 확대해 잔액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곳 위주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는 것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론은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조달 창구 기능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만 일부 카드사를 중심으로 영업 쏠림 현상이 있어 리스크 관리 현황을 들여다보려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카드사들은 대환대출 잔액을 조절하거나 카드론 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자제척인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당국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와 서민 급전 창구 역할이 축소된다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잔액이 크면 연체율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자체적으로 금리나 잔액을 지켜보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며 "카드론 규제가 강해지면 금융소비자들이 소액 때문에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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