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에 둥지 옮기는 유통가

SSG닷컴·11번가 등 임대료 저렴한 지역으로 사옥 이전
영업손실 줄이고 비용 효율화 도모
이커머스의 경우 근로 공간 제약이 적은 점도 한몫

입력 : 2024-10-04 오후 3:20:3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SSG닷컴, 11번가 등 국내 주요 유통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사옥을 옮기거나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끕니다.
 
최근 수년간 고물가 및 경기 침체 장기화로 유통 업황이 침체일로를 걸으면서 업체들이 하나둘씩 비용 효율화의 일환으로 둥지를 옮기는 것인데요. 더욱이 유통 업체들의 경쟁이 격화하는 분위기 속에 실적을 방어하고 최소한의 퇴보를 막기 위한 업계의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서울 강남에서 내년 2월 영등포로 사옥을 이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규 사옥은 영등포시장 사거리에 있는 지하 5층~지상 8층 규모의 'KB영등포타워'입니다. SSG닷컴은 자회사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과 함께 단독으로 해당 건물을 쓰게 됩니다.
 
이번 SSG닷컴의 사옥 이전은 약 2년 반만의 일인데요. 지난 2018년 이마트에서 분리돼 별도 법인이 된 SSG닷컴은 서울 종로 '센트로폴리스'에 있다가, 2022년 7월 W컨셉과 함께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로 둥지를 옮긴 바 있습니다.
 
영등포 신사옥 임대료는 현재 센터필드의 절반 이하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SSG닷컴이 법인 설립 이후 흑자 전환을 기록하지 못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추진된 고강도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SSG닷컴 관계자는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W컨셉과 함께 내년 2월 영등포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며 "(신규 사옥이) 경제성, 업무 쾌적성, 교통 접근성과 풍부한 생활·편의시설을 갖췄다는 점을 고려했다. 임직원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업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11번가는 서울스퀘어 사옥 시대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경기 광명시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습니다. 11번가는 지난 2017년부터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케어의 5개 층을 사용해 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11번가는 광명역 역세권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단지 오피스 건물인 '광명 유플래닛 타워'로 본사를 이전했는데요. 유플래닛 타워의 경우 같은 면적 기준 월 임대료가 서울스퀘어 대비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7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본사를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역시 7월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서울 송파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강남 테헤란로 사옥을 옮겼습니다. 아울러 롯데하이마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지하철 7호선 보라매역 인근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같은 업계 움직임은 영업손실을 줄이고 극도의 경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유통 업황 침체기가 길어지는 만큼 극도의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는데, 특히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지역으로의 사옥 이전은 상당한 수준의 고정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 업계가 불황기에 놓일 경우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은 비용 절감"이라며 "특히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타 업체들에 비해 근로 공간의 제약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사옥을 옮겨 임대료를 절감하는 것은 현명한 경영 효율화 방법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SSG닷컴 본사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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