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의 유통 오프라인 점포들이 리뉴얼 경쟁에 속도를 붙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그간 이들 점포는 수년 새 급성장한 이커머스 시장에 편의성, 속도,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며 상당수 고객을 빼앗기는 등 고전한 바 있는데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기존 유통 강자들은 사실상 오프라인 점포의 본질에 대해 되짚고, 고객 체류를 늘리기 위한 체험형 콘텐츠를 도입하거나 너저분한 매대 공간을 삭제하는 등 과감한 리뉴얼로 승부수를 던지는 추세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유통사들은 백화점 및 대형마트를 신규 오픈하기보다는, 이들 점포의 집객에 초점을 둔 공간 구성 변화 방향의 리뉴얼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지난 2022년부터 8대 핵심 점포(본점·잠실점·강남점·인천점·수원점·동탄점·부산본점·광복점)에 대해 전략적 리뉴얼, 미래형 복합 쇼핑몰 개발에 나선 상태입니다. 전체 리뉴얼 완료는 오는 2026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각 지역 특성에 맞춘 매장 리뉴얼을 통해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특히 올해 5월 수원점의 경우 개장 10년 만에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변경하며 아예 '백화점'이라는 명칭 자체를 뗐습니다. 롯데 측은 백화점이 가진 프리미엄 요소와 쇼핑몰이 가진 다양성을 한데 융합해 타임빌라스 수원으로 리뉴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대형마트에 복합 쇼핑몰의 콘텐츠를 이식하는 시도에 나섰는데요. 이마트는 경기 용인시 소재 '이마트 죽전점'을 약 5개월 동안 대대적 재단장을 거쳐 지난달 말 '스타필드 마켓 죽전'으로 선보였습니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 1층의 경우 일반적인 마트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인 매대 대신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을 축소한 듯한 '북 그라운드'를 조성, 집객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특징인데요. 마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객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공간 구성에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 이마트 측 설명입니다.
현대백화점도 백화점 점포의 리뉴얼을 진행하며 지명을 떼고 새 이름을 달았습니다. 이달 6일 현대백화점은 부산점을 재단장하며 '커넥트현대'로 간판을 바꿨는데요. 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웃렛의 가성비, 미술관의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업태의 강점을 결합한 점포로 리뉴얼한 것이 특징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경우 더 이상 예전 방식을 고수하기 어려울 만큼 유통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며 "기존에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유통 강자들의 숙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 교수는 "어쩌면 매장이라는 용어도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오프라인 점포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야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 트렌드도 쇼핑 자체가 주 목적이 아니라, 이들 체험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쇼핑이 유도되는 형태로 바뀔 전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29일 리뉴얼을 마치고 오픈한 '스타필드 마켓 죽전' 전경. (사진=이마트)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