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기간산업인 통신, 항공, 자동차를 대표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일제히 다음 미래 먹거리로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를 낙점했습니다. 특히 미래 교통의 중심축이 될 통신사들의 역할이 주목되는데요. SKT·KT·LGU+는 고품질 상공 통신 지원은 물론, AI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전송 기술로 UAM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목표입니다. 2025년에 UAM 초기 상용화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K-UAM 현주소를 짚어봅니다.(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 김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강정봉(가명)씨는 9시까지 잠실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지만 전혀 조급하지 않습니다. 도심항공교통(UAM)을 이용하면 30분 내로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여는 루틴인 조깅을 마친 강 씨는 아침을 먹으며, 스마트폰 앱으로 집 근처 버티포트(UAM 이착륙장)로 가는 택시를 호출합니다. 8시 15분 버티포트에 도착해 몸수색과 가방 검사를 마친 뒤 기장이 비행 준비를 마친 UAM에 오릅니다. 뉴스 한두 개를 보다보니 어느새 잠실타워 근처 버티포트에 도착. 도보로 5분가량 걸어 사무실 자리에 앉은 시각은 8시50분입니다.
이르면 내년 연말 우리가 새롭게 이용하게 될 UAM의 운영 시나리오입니다. UAM은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로 도심 내에서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는 미래 운송체계를 말합니다. 친환경에너지와 배터리 기술 발전으로 eVTOL 상용화 시점이 다가오면서 상상 속 ‘에어택시’ 시대도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UAM은 우리가 알고 있는 드론산업 일부이기도 합니다.
UAM이 미래 도심 운송체계로 각광받는 이유는 도심 내 교통체증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VTOL은 수소전기와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동력삼아 비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되기 때문에 기존 여객기와 달리 탄소배출이 없습니다. 또 활주로가 필요 없어 제반시설 구축에 드는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소음도 낙엽이 스치는 소리 정도인 15데시벨(dB) 수준으로 매우 낮습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수도권 2호선,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문제 해소 등을 위한 지하철 및 광역버스 증편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출퇴근 시간 교통 혼잡이 여전한 만큼, 정부가 UAM 상용화에 거는 기대감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UAM이 교통체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미래 운송수단이 될 것이라고 보고 지난 2020년부터 UAM 상용화를 위한 법 제정과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내년 연말을 UAM 초기 상용화 시점으로 보고, 지난 4월 비도심 전남 고흥에서 UAM 기체 안전성과 운용 등을 테스트하는 1차 실증을 진행했습니다. 오는 12월에는
SK텔레콤(017670)과 UAM 기체사 미국 조비 에비에이션이 테스트베드 고흥에서 2차 실험운행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UAM은 항공운송사업과 일면 비슷해보이지만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UAM 기체는 여객기 운항 고도 1만m보다 한참 낮은 저고도 300~600m(평균 고도 450m)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드론이나 조류와의 충돌, 전파 방해와 같은 오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UAM 조종사는 지상에서 관제 역할을 하는 UAM 운항사, 버티포트 운용자, 교통관리 서비스 제공자 등과 실시간 교신이 필수입니다. 사실상 통신이 UAM 생태계 안착과 성공을 좌지우지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정부 ‘2025 K-UAM’ 사업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중심에 통신 3사가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컨소시엄 참가 신청 현황을 보면 △SKT-한화시스템-한국공항공사(K-UAM 드림팀) △
KT(030200)-
대한항공(003490)-현대자동차(
현대차(005380))-인천국제공항공사(K-UAM원팀)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
GS건설(006360)-아처 에이비에이션(UAM 퓨처팀)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통신3사는 각사가 보유한 AI 기술과 5G 통신 기술을 UAM 관제 분야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SKT는 사실상 항공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UAM 운항자(항공사)’가 됩니다. UAM 운항자는 비행계획 수립·제출 공유, UAM 기체의 상태 정보(비행준비, 이륙, 순항, 착륙, 정상·고장·결함 등) 공유, UAM 항공기 보안관리, 지상서비스와 승객 예약, 탑승, 안전관리 등에 관한 책임을 집니다.
SKT는 전 세계에서 에어택시 상용화에 초근접해 있다고 평가받는 조비와 협력해 이 회사의 UAM 기체 S4로 실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비는 2020년 12월 미 공군 감항(항공기 또는 항공기 장비품이 항공에 적합한 안전성의 기준을 충족시킨 상태에 있는지의 여부)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또 업계 최초로는 미 연방항공청(FAA)의 상업비행 허가를 획득, 최근에는 FAA 항공인증 절차 5단계 중 3.5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UAM 기체가 FAA나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감항성 인증을 받은 것만 도입을 허용한다는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오는 12월 고흥에서 이뤄지는 운항 시연도 K-UAM 드림팀이 유일하게 참여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고흥에 UAM 테스트베드를 마련했지만, 실제 띄울 기체를 확보한 곳은 드림팀이 유일합니다. SKT가 도입 예정인 S4는 조종사 포함 4명의 승객을 최대 시속 200마일(321km/h) 속도로 태울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업계에선 조비 기체 확보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UAM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싱가포르, 일본 등도 UAM 개화기를 앞당기기 위해 기체 확보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만큼 우리 정부도 기체 확보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조비는 지난달 10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에 항공운항증명서를 신청했습니다. 항공운항증명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받은 항공사가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 시설, 장비 및 운항·정비지원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갖췄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안전면허로, 운영할 준비가 완료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오일 머니를 앞세운 UAE가 조비의 최대 공급처가 될 전망인데요. 업계 관계자는 “기체를 띄워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지만 실제 띄울 기체를 마련한 곳이 드림팀 이외에는 없다”면서 “사실상 UAM 시장 주도권은 기체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SK텔레콤이 조비에 투자를 하고, 기업 스스로 기체 도입을 위해 안감힘을 쓰지만 UAE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기체 확보에 나서는 모습을 봤을 때, UAM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도 향후에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UAM 원팀에서 KT는 자체 개발한 UAM 교통관리시스템으로 정상적인 비행상황뿐만 아니라 충돌, 통신 장애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격 협력하고 있는
LG유플러스(032640)는 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C-ITS) 사업하며 얻은 노하우와 독자 AI 기술 바탕으로 상공 통신 인프라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UAM 실험·실증을 위해 기존 항공통신용 6㎒폭과 5G용 20~30㎒를 추진해 UAM을 위한 주파수도 공급할 예정입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와 관제사가 교신하는 항공음성통신망(초단파, VHF)을 주된 망으로 사용하고, 5G 데이터통신망이 이를 보조한다는 계획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UAM 통신 방식 표준을 확정하면 알맞은 주파수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통신3사가 UAM 시장에 뛰어든 건 이 시장이 반도체 다음으로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건스탠리리서치에 따르면 UAM 시장 규모는 AI 기술개발로 인한 자율비행과 배터리 효율 개선 등으로 2030년 322억달러(약 44조원)에서 연평균 30%씩 성장해 2040년 1조5000억달러(약 205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도 내년을 UAM 상용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은 자국 드론 제조 기업에게 기체 생산 인증을 내주면서 중국 내에서 UAM을 이미 띄우고 있어 국가 간의 UAM 경쟁은 본격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