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박주용·이진하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그야말로 '김건희 국감'이었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상임위원회마다 특혜 의혹, 국정 관여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여야가 김건희 여사 의혹을 두고 강도 높은 비난과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민생 국감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김건희 관련 업체가 관저 증축…"불법 종합세트"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은 종합건설업 면허도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고리로 공사를 따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 관련 업체들의 공사 대장에 비공개 항목이 많은 점을 지적하며 "21그램과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와 관련된 공사 건이 확인될 수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국토부에 관저 공사 관련 자료 제출을 세 차례 했고 지난 상임위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했던 박상우 장관에 대한 고발을 요구했는데 잘 처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료 요구와 질의를 구분하라며 항의했고 고성이 오가자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이 중재에 나섰습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관저 보수공사를 맡은 21그램은 코바나컨텐츠와 연관 있는 업체"라며 "진상을 파악하고 조치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박상우 장관은 "국토부의 정책이나 행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이) 자격도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고 문제가 되는 종합건설업체에 위임해 불법하도급 공사를 하는 등 불법·탈법·편법 종합세트를 보이고 있는데도 국토부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관저 공사를 맡은 15개 업체가 불법하도급을 해서 건설산업법 25조 2항, 29조 2항 6항을 위반했고, 21그램이 추천한 종합건설업체도 허가가 없는 업체에 공사 하도급을 준 만큼 건설산업기본법 16조 1항, 25조 2항, 29조 6항, 40조 1항에 의거 징역 3년 이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된다는 지적입니다.
해당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민주당이 증인으로 부른 김태영 21그램 대표, 황윤보 원담종합건설 대표 등은 이날 국감에 불출석했는데요. 야당 간사인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누군가 이들에게 회피 방법을 알려준 건 아닐지 의심된다"며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포기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 일가 땅 29필지가 있는 방면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바뀐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 개입되지 않았는지 1년 동안 한 치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도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대안1 노선의 종점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탈진 땅"이라며 의혹에 가세했습니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대안1 노선의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탈진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행안위, 관저 의혹에 잇단 파행…야 3당, 21그램 직접 방문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도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행정안전부는 2022년 4월 기획재정부로부터 대통령 관저 보수 공사를 위한 예비비를 배정받았고 대통령 비서실 추천을 받아 21그램과 수의계약을 맺는 등 행정업무 지원에 나섰습니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인테리어밖에 할 수 없는 21그램에 맡긴 것 자체가 졸속이고 하자"라며 "비서실에서 문제없다고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행안부가 해야 될 일을 해태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가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한 데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21그램은 김 여사와 오랜 관계가 드러났고 김 여사와 '경제 공동체'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당 이광희 의원도 "국가 1급 시설 불법 하도급 특혜 의혹 당사자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결국 행안위는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의결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일방적 의결이라고 반발하며 회의장을 퇴장해 행안위 국감은 시작 1시간30분 만에 중단됐습니다. 야당 간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정당한 증인 채택과 자료 요구에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무엇이 두려워 21그램 대표를 감싸려고 하는지, 김 여사가 두려운 것인지 대단히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조국혁신당·기본소득당 소속 야 3당 위원들은 이날 오후 21그램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잠겨 있었고 인기척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행안위 국감은 이날 오후 다시 속개했지만, 관저 준공 도면에 도장을 찍은 행안부 담당 공무원의 국감 불출석 문제로 다시 한 번 정회했습니다. 야당에선 감사원 발표대로 준공 도면 제출 없이 담당 공무원이 준공 검사 조서에 사인했다고 주장했고, 행안부에선 이를 부인했습니다.
7일 열린 서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및 구조공사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김태영·이승만 21그램 대표의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 의결에 반발하며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사위, 김 여사 공천 개입 "적절치 않은 행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이 쟁점이 됐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총선 후보 출마에 포기하고 기본급 1억6000만원, 성과급 3억6000만원에 이르는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에 임명됐다"며 "김 여사가 출마 포기를 대가로 공사에 취직시켜 준다고 한 것은 '후보자 매수죄'에 해당되지 않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관련 논란에 대해 "맥락을 잘 몰라 특정 사안에 대해 단정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고 답했습니다.
천 처장은 또 관련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헌법적인 한계에 대해서는 학술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며 "모든 국가 권력이 적절하게 행사돼야 하는 것은 사법부든 입법부든 행정부든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체위, 김 여사 '황제관람'에 '인사비리' 공방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김 여사가 한국정책방송원(KTV)의 무관중 국악 공연을 일부 인사들과 관람한 것에 대해 여야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KTV 무관중 관람은 단순한 '특혜'를 넘는 '인사비리'"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KTV 무관중 관람 때 관여했던 3명의 인사를 지목했는데요. 당시 하종대 KTV 원장이 무관중 관람이 있고 난 후 두 달 만에 국민의힘에 경기 부천시(병)로 전략공천이 됐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최재혁 당시 KTV 방송기획관은 해당 공연이 있고 난 후 한 달 만에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이동한 것과 정용석 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이 해당 사건 후 8개월 뒤에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점에 대해 재차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의원은 "KTV는 그동안 송출하거나 취재하는 회사로 국정을 홍보하는 회사"라며 "8600만원 상당의 대규모 공연을 제작하는 일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황제관람은 범죄행위며 문체부도 동조한 공범"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최 비서관 등의 직급을 거론하면서 KTV 계약직에서 대통령실로 이동한 것은 '영전'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는데요. 이 의원은 "KTV 방송기획관은 전문임기제 계약직 가급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실로 이동하면서 1급으로 영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은 황제 관람에 대해 "부당한 의혹 제기"라며 방어했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KTV가 국정홍보 방송을 제작하는 데 김 여사와 안면이 있는 인사가 공연을 위해 온다고 하니 잠시 가서 인사를 하고 지켜봤다는 것"이라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김 여사가 공연장에 늦게 왔다고 당일 밤에 보고를 받았지만, 공연을 본 것이라면 먼저 연락이 왔을 것"이라며 "김 여사가 참석한 것은 KTV 행사에 출연하는 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이기헌 의원은 "국악 공연을 누가 관람했느냐고 질의했을 때 KTV는 무관중이라고 했는데 김 여사 등 소수가 테이블에 앉아서 공연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KTV가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고 능멸하는 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영혜·박주용·이진하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