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대선이 20여일 남은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초박빙'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율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데요. 한 달 만에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5%포인트 차에서 2%포인트로 좁혀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세를 올리는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 주에서 두 후보는 지지율 동률을 기록해 초접전 구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끄집어냈습니다. 자신의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한 건데요.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에 정체가 시작되자 '젊음·세대교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잇따라 민주당 텃밭을 찾아 불법 이민 문제 쟁점화에 나섰습니다. 또한 '정신지체', '낙원 파괴' 등 막말 반격에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리스 50%·트럼프 48%…경합 주는 '동률'"
13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지율 50%를 기록해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2%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 4~8일 전국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오차범위는 2%포인트입니다. 이 중 등록 유권자 2226명으로 범위를 좁히면 해리스 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로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2%포인트 우위를 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중순 실시한 같은 기관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투표 의향층 조사에서 5%포인트 차, 등록 유권자 조사에서 4%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즉 한 달 만에 격차가 절반 이하인 2%포인트로 좁혀진 건데요. 선거 판도가 더욱 초접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 주에서는 두 후보가 모두 49%로 같았습니다.
판세가 워낙 초접전인 상황에서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윙 보터'(부동층 유권자) 표심은 해리스 부통령(49%)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5%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이 또한 한 달 전 결과 10%포인트 격차에서 크게 줄어든 겁니다. 이어 <NBC 방송>이 <ABC 방송>과 같은 기간에 전국의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에서는 양자 대결 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48%로 동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9월 조사에서 5%포인트 차가 났으나 한 달간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1%포인트(49→48%) 떨어진 반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4%포인트(44→48%) 올랐습니다.
해리스, 흑인 이탈 뚜렷…'고령 리스크' 공격
13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윌리엄스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겸 현 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여론 조사는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정체되고 있는 지지율에 미 언론들은 '해리스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해리스 지지율 정체 배경에 대해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찍겠다는 응답은 78%입니다. 4년 전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얻은 90% 지지율에 비해 12%포인트나 낮아진 수치인데요. 해리스는 특히 흑인 남성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흑인 남성들 사이에서 해리스를 찍겠단 응답은 70%로, 4년 전에 비해 15%포인트나 떨어진 수치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정체된 지지율 극복을 위해 2쪽 분량 서한의 건강검진 결과를 전격 공개했습니다. 계절성 알레르기·두드러기 등 흔한 피부질환과 경미한 근시 외에는 특이 사항이 없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약간의 근시로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나, 안경이나 렌즈 없이 읽기 활동 가능' '매일 유산소와 코어 근력 운동' 등 세세한 내용까지 담았습니다. 해리스는 이날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가진 유세에서 "그(트럼프)는 유권자들에게 투명하지 않다"며 "그는 의료기록 공개를 거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리스 캠프의 이언 샘스 대변인은 엑스(X)에 "이제 당신 차례다, 도널드 트럼프"라고 썼습니다. 해리스보다 19세나 많은 트럼프를 향해 '건강 상태를 제대로 인증'하라는 우회적 공격인 셈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최근 건강과 인지 능력 저하 논란에 시달리던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모양새입니다. 자신이 '슬리피 조'라고 놀려대더니 되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증명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겁니다.
연일 민주당 텃밭 찾는 트럼프 '막말' 유세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밸리의 핀들레이 도요타 아레나에서 유세를 위해 도착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자 해리스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주 코첼라를 찾아 경쟁자에 대한 맹폭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유세에서 "해리스와 극좌 민주당이 이 주를 파괴했다"며 "캘리포니아는 잃어버린 낙원이 됐지만 우리가 되찾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언도 더욱 거칠어지고 있는데요. 해리스를 향해서는 '정신지체'라는 막말을 퍼부었고, 그를 지지하는 유대계의 머리를 검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앞서 전날에는 콜로라도의 소도시 오로라를 찾았는데요. 콜로라도 역시 2008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계속 승리했던 곳인데 최근 이민자가 급증한 지역인만큼 반 이민 구호를 극대화할 장소로 선택한 겁니다.
주말 마지막 날인 13일 오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격전지로 향했습니다. 프레스콧 밸리에서 애리조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인데요. 트럼프 캠프는 "애리조나 주민들은 우리가 힘들게 번 돈을 경솔하게 사용하고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보다 카르텔과 범죄자를 계속 대담하게 만드는 또 다른 4년의 리더십으로 인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임을 알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애리조나 주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저렴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신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애리조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 범위 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으로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에머슨대'가 지난 5∼8일(현지시간) 경합 주 7곳의 투표 의향층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49%로, 해리스 부통령보다 2%포인트 우세했습니다. 한편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캘리포니아 유세 현장 근처에서 총기와 탄창을 불법 소지한 남성이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김하늬 뉴욕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