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취임 4주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로 이끌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퍼스트무버를 연일 강조한 정 회장의 다음 스텝은 수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수소 시장은 아직 눈에 보이는 큰 성과는 없지만, 정 회장은 수소를 후대를 위한 선택으로 눈여겨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4주년을 맞았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이후 과거와 확연히 다른 파괴적 혁신과 비전으로 전통적 사업영역과 신사업 간 합리적 균형을 추구하며 게임 체인저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지 4년간 현대차그룹을 뒤바꿔 놨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룹의 성격도 단순 자동차 기업에서 종합 모빌리티 업체로 변모시켰습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완성차 판매 실적은 2020년 635만대로 세계 5위에서 지난해 730만4000대로 늘어나며 세계 3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성장세 또한 급증했습니다. 2020년 매출 103조9976억원, 영업이익 2조3947억원으로 저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까지 증가했습니다. 기아 또한 2020년 매출 59조1681억원, 영업이익 2조665억원에서 지난해에 매출 99조8084억원, 영업이익 11조6078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정의선, 경영 능력 인증…수상도 잇달아
일찌감치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자로 결정된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브랜드 가치가 급성장했습니다. 실무부터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아 재벌3세 가운데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사회적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본격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사장직을 맡았습니다. 2009년부터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했습니다. 이후 2018년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거친 뒤 2020년부터 지금까지 현대차그룹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디자인 경영'을 주도했고, 현대차에 해외에서 여러 임원을 불러오며 새로운 바람을 불기도 했습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디자인 역량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기아의 체질 개선에도 성공하면서 부회장 직급으로 2009년 현대차로 돌아온 정 회장은 현대차에서도 다시 한 번의 혁신을 이뤘습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입니다.
정 회장은 대중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에 고급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며 제네시스를 만들었고, 제네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도 빠르게 거뒀습니다. 2015년 11월 출범한 제네시스는 작년 9월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출범 7년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입니다.
이같은 혁신을 통해 경영 능력을 인정 받은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직을 맡아오며 2020년 10월 현대차그룹 회장에 올랐습니다. 회장에 취임한 뒤 정 회장은 또 한 번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 전 세계에 전기차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150만대를 넘어섰다고 밝혔는데요. 2011년 7월 국내에서 첫 양산형 전기차 '블루온'을 선보인 뒤 12년 만입니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본진인 미국에서도 좋은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를 약 5만5000대를 판매하며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현지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전기차 판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률도 올랐고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가 급격하게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능력을 받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영국 오토카 어워즈 ‘이시고니스 트로피’(2021년) △미국 뉴스위크 ‘올해의 비저너리’(2022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2023년) 등 매년 굵직한 수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8일(현지시각)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퍼스트 무버' 강조한 정의선…이번엔 '수소'
퍼스트 무버를 연일 강조한 정 회장이 이번엔 수소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수소차 판매가 아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지만, 기술 개발·협력 등을 통해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정 회장의 수소 사랑은 일가견이 있습니다. 취임 초반이던 2021년 수소사업 비전을 보여준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 이후 조용히 기술 개발에 매진 해왔습니다. 수소가 전기차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선정한 상황입니다.
현대차는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10년간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5조7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0'를 목표하고 있어 수소의 필요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수소동맹 협력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에서 테츠오 오가와 토요타 북미법인 대표이사는 "현대차와 수소·자율주행 분야 등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현대차와 토요타를 중심으로 수소산업 생태계가 구성될 전망입니다.
아직 수소차 판매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상황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지난 2020년 약 9500대에서 2022년 2만여대까지 성장했으나 지난해 1만6500대까지 후퇴했습니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 현장에서 "수소는 후대를 위해 준비해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수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수소사업 관련 다양한 결과물을 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밑그림과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겠다고 말한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