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급 불균형 문제가 종종 발생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는 정말 배추가 씨가 마른 수준입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김장철을 맞이했지만 최근 1개월 새 배추 가격이 30% 이상 급등하는 등 '김치대란'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배추 가격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추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배추 가격은 1포기당 9132원으로 1개월 전(7486원) 대비 21.99% 상승했습니다. 또 1년 전(6811원) 대비로는 무려 34.08% 급등했는데요.
최근 주변에서 예년보다 김장을 준비하기 어렵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니란 겁니다.
이처럼 배추 가격 폭등에 '대체품'의 인기도 치솟는 상황입니다. 특히 포장김치를 찾는 수요층이 급격히 늘었는데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올해 8월 매출이 1년 전 대비 12%나 상승했고, 대상의 '종가' 김치는 같은 달 매출이 1년 전보다 14%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포장김치의 경우 대체로 일반 김장 김치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죠. 그럼에도 이 같은 매출 신장세는 최근 배추 가격이 얼마나 급등했는지를 가늠케 합니다.
또 양배추, 양상추로 김치를 담그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요.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 사이 양배추와 양상추 거래액은 각각 44%, 41%나 증가했습니다. 양배추나 양상추로 김치를 담그면 확실히 일반 김치에 비해 풍미가 덜 한 것이 사실인데요. 배추 가격이 워낙 뛰다 보니 대체재로 김치를 만드는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김치대란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김치대란의 근본 원인은 폭우, 폭염 등 이상 기후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탓인데, 앞으로 이 같은 사태는 심화하면 심화하지 진정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김치대란을 단순히 물량 수급의 편협한 시각에서만 바라봐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정부가 가을배추의 가용 물량을 조기 출하하고, 배추를 비롯한 품목들의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밝혔지만 이는 단기적 해결 방책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걸릴지는 몰라도 배추를 비롯한 농수산물 전반에 걸친 수급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전국 재배 면적에 대한 빅 데이터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겁니다. 아울러 기후 리스크에 대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나아가 식량 주권 강화까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김치는 한식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식품이라는 점에서, 가격 등락 여부가 가계에 미치는 여파가 매우 큰 품목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김치대란이 장기화할수록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지고,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정부가 김치대란을 단순한 배추 수급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후플레이션'과 결부해 중장기적 측면의 방안 마련에 나서는 혜안을 보여줄 때입니다.
김충범 산업2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