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와 밸류업)②상속세 낮추면 밸류업 될까

부자감세 논란...거야 반대로 국회 논의 좌초 가능성
"기업 세 부담 던다고 경쟁력 제고 담보 못해"
"밸류업,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입력 : 2024-10-15 오후 2:39:4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의 일환으로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초 목표로 한 밸류업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과도한 상속세율 조정은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해결 방안으로 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줄이고, 자녀 한 명당 받을 수 있는 상속세 공제 금액을 현행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상속세율과 과표, 공제를 망라하는 25년 만의 전면적인 상속세 일괄 개편입니다. 상속세 체계는 최고 세율과 과표 구간이 조정된 1999년 말 이후 변화가 없었으니, 물가와 자산가격의 변화를 반영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규모 감세 조치를 통해 자본시장 밸류업, 내수 진작 등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구상입니다. 상속세 부담을 덜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키워 수익을 내고 이를 주주에게 환원함으로써 경제 '역동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 기업 승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 기업 밸류업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적잖습니다. 여기에 '세수 펑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정 기반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상속세 최고 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상당수 감세안이 대기업·고소득자에 혜택이 집중된 탓에 부자 감세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이 45%"라며 "아무런 노력 없이 상속받은 재산에 대한 최고세율이 노동으로 인한 소득세보다 훨씬 낮은 것이 합당한가"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정부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반드시 넘어야 할 벽입니다. 특히 감세안 중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율 인하는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좌초 가능성도 흘러나옵니다.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는 기업을 소유한 '오너'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에 가깝다는 평가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주식) 이상의 소득을 올린 '큰손' 투자자에 유리합니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 재산을 물려주는 재산가들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위원들은 성명에서 "상위구간 과표를 조정하고 세율을 40%로 낮추는 게 대체 서민·중산층과 무슨 관계인가"라며 "주택값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을 염려하는 중산층의 마음을 역이용해 엉뚱하게 거액 자산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도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는 시장의 지배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사실상 할인평가이며 주요국에서도 대주주 지배권에 일정한 할증평가를 통해 실질과세 원칙을 실현하고 있다"며 "할증평가 폐지는 가족간 지배를 권장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경제력 집중과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기업의 세부담을 덜어준다고 기업 경쟁력 제고와 경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했다"며 "일부 계층 감세를 통한 민생경제 회복이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 2년간 부자감세로 2028년까지 89조3000억원의 누적 세수감소가 전망되는데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인해 2029년까지 18조4000억원의 세수감소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가 윤석열정부의 초부자와 재벌대기업 감세정책을 반드시 막고 '역동적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위한 세원확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기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지난 7월 열린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에서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먼저"라고 짚었습니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이야말로 자본시장 활성화의 지름길"이라며 "상장회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우리 자본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수는 "일본은 2014년이후 202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사법을 개정 했을뿐 아니라 스튜어드십코드, 기업지배구조 코드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각종 가이드 라인을 제·개정했다"며 "반면 윤석열정부는 지배구조 개선은 되도록 하지 않고, 한국판 밸류업 정책에 추가로 자본시장 관련 각종 감세 정책이 들어갔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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