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국내 재계 인사 중 누가 참석할지 관심을 모읍니다. 취임식은 내년 1월 20일로,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재계는 민간외교 채널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입니다. 앞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취임했을 당시와는 달리 현재 국내 정세는 매우 불안정합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통상 정책 공약 및 안보 기조를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인물을 물색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7∼19일(현지시간) 1박 2일간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방문해 트럼프 주니어와 만납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 재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4대그룹.(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다른 국내 총수들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4대그룹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회동 추진도 현재까지 구체적인 진척이 없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당선 이후 취임식이었던 2017년 1월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국내 재계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은 바 있습니다. 김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자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던 애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겸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의 친분으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다만 김 회장은 건강문제로 불참한 일화가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경우 2016년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가 주최한 '테크 서밋'에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초청받았으나,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기 때문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트럼프의 당선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1기 행정부가 들어설 때 재계가 우왕좌왕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전통적인 정치인 가문 출신이 아니었고, 사실상 국내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유일했을 정도로 한국 기업들과 사업을 진행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활동하면서 트럼프 측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지난 2017년 11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습니다.
이후 2019년 6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경제인과의 간담회에서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과 회동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총수들에게 일어나달라고 요청한 뒤 "미국에 투자한 한국의 기업인들과 이를 이끈 대기업 총수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동시에 재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접촉을 늘리려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할 인물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각 기업에 영향을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입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관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를 통해 미 정부 및 관계자들과의 물밑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대관 조직인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키고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의 부사장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하며 글로벌 이슈에 신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가동하며 미국 정가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탄핵사태에 따른 혼란으로 재계가 중심이 된 민간외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통상정책 핵심 참모였던 스티븐 본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은 지난 16일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트럼프는 1기 때보다 워싱턴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된 가운데 미국과 무역하는 국가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전망"이라며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과 가능한 한 빠르게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