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세수 펑크' 주범인 법인세 깎아주기에 이어 지주회사 설립에 따라 과세를 미뤄주는 양도소득 과세에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행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환할 때 현물출자 등과 관련된 주식의 양도차익 과세는 처분 시까지 과세 이연(세금 물리는 것을 유예)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상속 땐 과세가 어려워 '우회 상속' 수단으로 전략했다는 비판입니다. 2001년 이후 2023년까지 지주회사 설립 이유로 과세 이연한 지주회사만 110곳 이상인데, 그동안 제도개선은커녕 방관 의혹만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상속세 개편을 꺼내든 '최상목호' 2기 경제팀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까지 가중되고 있어 정부 책임론을 향한 비판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특히 내년 예산안을 보면 국가 전략 목표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 설립을 이유로 과세를 미뤄둔 양도차익 금액은 13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우회 상속' 수단 지주사…'방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 설립을 이유로 과세를 미뤄둔 양도차익 금액은 13조2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과세이연을 신고한 지주회사는 70개로 절반 이상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포함한 대기업이었습니다. 최근 5년간으로 보면 1조6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입니다.
문제는 해당 과세이연액을 부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10년 기획재정부는 지주회사 과세특례를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제38조의2)을 개정하면서 과세이연 중단 사유에 포함된 증여·상속 항목을 삭제했습니다.
당시 기재부는 주식의 처분에 증여·상속이 포함된 개념이라는 이유를 내세운 바 있습니다. 2016년 기재부 민원회신에도 '주식의 처분에는 상속이 포함된다'고 답변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과세 이연된 주식을 상속해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했던 삼양그룹 건의 경우 조세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법원이 상속을 원인으로 한 양도소득세의 부과 또는 추징을 할 수 없다고 판시했기 때문입니다.
즉, 지주회사 설립을 목적으로 과세를 미뤄준 양도세는 상속 등이 발생할 경우 과세할 수 없는 겁니다.
2001년 제도 시행 이후 24년간 제도가 이어져 오면서 과세이연을 신고한 지주회사만 118개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단 한 번의 세법개정건의 이후 제도개선을 건의하지 않았고 기재부도 이를 내버려 두고 있다는 게 차 의원의 문제 제기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속세 등 부자감세…뒤로는 한은 마통
상속세 개편을 꺼내든 '최상목호' 2기 경제팀의 재정상황을 보면 올해 8월까지 적자 규모가 작년보다 18조원 넘게 증가한 데다, 3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결손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56조4000억원 규모의 세수결손을 맞은 바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들어 한국은행을 통해 빌려 쓴 금액은 152조원 이상입니다. 마이너스 통장(마통)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고질적 세수 결손으로 한은에 대한 차입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임광현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올 3분기 말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10조5000억원입니다. 1~3분기 9개월 동안 총 152조6000억원을 빌린 후 142조1000억원을 상환했습니다.
9월 중순까지 정부의 한은 일시 차입 규모는 지난해 연간 차입 규모인 117조6000억원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상반기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고 이로 인해 하반기 재정 절벽을 맞이하게 됐다"며 "한국은행 또한 상반기 성장세가 높은 '상고하저'의 흐름을 예측하고서도 정부의 신속집행 정책을 묵인하며 재정 악화에 일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정부가 급히 융통한 자금과 이에 따른 이자액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상반기와 1분기 재정집행을 서두르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창용 한은총재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상반기 신속집행 등 재정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일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예산, 국가 전략 목표 찾기 어려워"
내년 나라살림도 우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국세 수입 부진으로 인한 내년 예산안은 국가 전략 목표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25년 정부예산안은 재량지출이 불과 0.8%만 증가하는 데 비해 국세수입이 크게 감소, 건전재정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감세와 건전재정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연구개발(R&D) 원상회복, 예비비 분야(14.3%)를 제외하면 국가 전략 목표를 찾기 어렵다"며 "국가가 재정역할을 확대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켜야 할 재정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감세 등을 통해 스스로 재정여력을 축소, 불과 재량지출 0.8% 증대를 통해 재정 역할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시에 재정여력도 줄어들고 있으면서 자본적 지출을 감소, 재정준칙을 지키는 통계 착시효과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