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휩쓴 김건희·명태균 의혹…재계는 ‘미소’

게이트 강타한 국감…기업 총수 부를 여력 없어
기업 대관들 “예년보다 훨씬 수월, 개점휴업”
주요 상임위 두루 얽힌 광범위한 게이트 의혹

입력 : 2024-10-16 오전 11:40:43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기업 대관들이 김건희-명태균 게이트 의혹에 빠진 국정감사의 반사효과를 누립니다. 예년과 달리 기업 총수가 국감 증인 명단에서 대거 빠진 결과인데, 애초 명단에 올릴지 말지 국회와 얽힌 시름도 없었다는 게 기업 대관들의 전언입니다. 지난해는 여당이 총수 증인 채택 시 수비수 역할을 했는데 올해는 공격수 역인 야당이 게이트 의혹 규명에 여념이 없는 까닭으로 풀이됩니다.
 
 
 
작년엔 엑스포, 올해는 게이트
 
16일 주요 그룹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는 “국감은 대관에게 연중 가장 큰 과제이지만 올해 국감은 한가할 정도”라며 “특히 야당으로의 대관업무가 개점휴업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그룹 대관 임원은 “행안위를 빼면 다른 상임위엔 나름 이슈가 있다”면서도 “예년보다 수월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국감서 기업 총수는 증인 명단에서 빠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의무가 없는 참고인 명단에 오른 것만 눈에 띕니다. 작년 국감에도 기업 총수는 대부분 증인 명단에서 빠졌는데 올해와 분위기가 다릅니다.
 
작년엔 부산 엑스포 유치 결과를 앞두고 총수들의 관련 해외일정이 많았습니다. 주요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증인 명단에 올랐던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도 해외출장 이유로 불출석했습니다. 최 전 회장의 경우 특히 작년까지 3년 연속 국감 증인 명단에 올랐는데, 포스코그룹 총수가 장인화 회장으로 바뀌면서 당정과의 갈등이 완화된 것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장 회장은 포스코그룹으로선 오랜만에 대통령 해외 순방(체코) 일정에도 동행했었습니다.
 
작년 국감에 총수들이 덜 불린 데는 경제활동 저해 이유로 기업 총수의 증인 채택에 부정적였던 당정의 기조도 한몫했습니다. 반면 올해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정과 연관된 기업 이슈를 살필 여력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김건희 여사가 엮인 광범위한 의혹이 주요 상임위를 강타했기 때문입니다. 정무위, 법사위, 행안위, 국토위, 국방위 등에 걸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개입, 정치자금법 위반, 여론조작, 부정선거, 세관 마약 밀반입 수사 외압,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특혜,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등이 그것입니다. 이들과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산중기위의 체코원전 저가수주,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타 논란이나 과방위의 정부 방송장악도 비슷한 맥락의 의혹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신정훈 위원장과 위원들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불출석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보다 국정에 위중할 수 없다”
 
여당에선 이러한 국감 현상이 국정 현안을 벗어난 정쟁 의도라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관심도가 높고 국정을 흔드는 엄중한 사안이라 규명에 대한 국민 갈증이 높아진 배경도 있습니다. 게이트급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각 정부 기관의 내부감사 기능과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점검하는 일도 국감의 중대한 기능이라고 야당 측은 반박합니다. 일례로 각 기관장 인사에서도 부당한 낙하산이 있었다는 의혹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증인 선서 후 위증의 부담이 있는 자리서 의혹과 문제 원인을 따져보자는 게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상임위 위원들의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혼란 중에도 고려아연 경영권분쟁에 따른 자본시장 교란 이슈로 관련 기업인 총수가 증인명단에 올랐었습니다. 그러나 해외 출장 등의 사유서를 내고 모두 불출석했습니다. 3분기 잠정실적에 대한 사과문 발표 전후 반도체 위기설이 대두된 삼성을 두고 이재용 회장의 증인 채택 요구가 산중기위 야당 측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의 경우 증인 채택에 대한 여야 합의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오는 21일 열리는 정무위 국감에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증인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한화에너지 공개매수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관련 편법 승계 의혹을 따져보겠다는 취지인데, 불출석 사유서를 낼지 불투명합니다.
 
대관의 연중 과제는 총수들이 국감에 불려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 총수들이 명단에서 빠진 올해 국감의 업무강도가 덜하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올해 기업 증인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전문경영인 위주로 삼성전자, 현대차, KT, SK이노베이션, 한화오션 등의 증인들이 산업재해나 자본시장 이슈 탓에 대거 채택됐습니다. 전날 노동자 사망으로 환노위 국감에 불렸던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같은날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던 뉴진스 하니와 셀카(셀프카메라)를 찍어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내는 등 물의도 빚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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