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ESG 경영의 하나로 '반려동물 동행 캠페인'을 펼쳤던
삼성카드(029780)가 펫샵에서 반려견 구입시 12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했다가 반려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해당 혜택을 중단했습니다. 앞으로 반려인들의 마음을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긁는 '강아지'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가 'ㄷ' 반려동물 분양업체와 최대 12개월 무이자할부 제휴 혜택을 연말까지 제공한다는 광고 문자를 고객에게 발송했습니다. 해당 광고에 따르면 가족카드를 포함해 삼성개인신용카드를 보유한 고객이라면 해당 업체를 통해 건별 5만원 이상 결제 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카드도 동일한 업체에 최대 12개월 무이자할부 제휴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보호소로 잘 알려진 'ㄷ' 업체는 반려동물 유료 분양이 가능한 동물판매업체로 등록된 곳입니다. 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인기 품종부터 분양 가격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업체에 따르면 유기된 동물을 입양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입양 과정에서 업체는 '책임비' 명목으로 최대 30만원을 요구합니다. 입양 장려 품종이나 두 마리 이상 입양 시 책임비 면제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현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붙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업체에 직접 반려동물 분양 방법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업체는 "반려동물 '품종'과 '외모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분양가가 위로 올라가게 형성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파양된 아이들(반려동물)인 보호소 출신은 무료 입양부터 최대 30만원의 책임비가 들고, 일반 분양은 분양가가 최저 20만~3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를 이용할 경우 무이자 할부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덧붙였습니다.
정치권과 동물권 단체들은 이와 비슷하게 파양 동물을 되팔며 이득을 취하는 펫샵이 건강한 반려문화를 헤친다며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분양되는 동물이 대부분 2개월~4개월 사이의 새끼인 만큼 대량생산을 위해 불법 번식장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영업 8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같은 해 국회에서는 7월 신종 펫샵 피해자 국회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삼성카드 'ㄷ' 분양업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안내하는 광고 문자를 고객들에게 발송했다.(사진=뉴스토마토)
반려문화는 그저 돈 벌 수단?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는 그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펨족(Pet+Family)을 겨냥해 상품을 꾸준히 출시했습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22년 '삼성 iD PET 카드'를 내놨습니다. 동물병원과 반려동물 전용 쇼핑몰, 펫 보험 포함 손해보험 등 반려인이 주로 사용하는 업종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입니다. 출시 당시 반려동물 전용 공간인 놀로스퀘어와 협업해 팝업스토어까지 열기도 했습니다.
하나카드는 '펫사랑 카드'와 '원더카드 해피(HAPPY)', '원더카드 헬스(HEALTH)'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대 10%의 동물병원 할인 혜택을 주는 상품입니다. 매달 9900원을 구독하는 고객에게는 1만5000원 상당의 쿠폰과 펫 관련 보험 관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이런 행태는 반려동물의 대대적 분양을 독려하며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동안 펼쳐온 반려동물 친화 정책 또한 그저 수익 창출을 위한 마케팅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삼성카드는 앞서 2021년 ESG 경영 일환으로 '반려동물 동행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강아지와 함께 산책할 때 펫티켓 △엘리베이터에서 강아지를 만났을 때 △반려동물이 먹으면 위험한 음식 등을 주제로 반려동물 캠페인 영상을 서울 경기권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TV에 상영했습니다. 유기동물 입양 사연을 소개하고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단체와 함께 유기동물 입양시 입양박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보호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비싼 돈을 받고 파양견·묘를 다시 재분양하는 업체들은 사실상 반려동물 유기를 돕고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여기에 무이자 할부 혜택까지 주는 건 '버리면 안 된다'는 죄책감을 덜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동물보호 단체 관계자도 "동물 유기가 동물보호법상 불법인데도 전국적으로 유기되는 동물만 10만 마리가 넘는다"며 "입양으로 동물 유기를 경감하는 일에 나서야할 기업이 파양한 동물을 사고 파는 일에 무이자 할부 혜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반려인분들의 마음을 깊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를 계기로 좀더 세심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의 펫샵 무이자 할부 혜택은 무책임한 반려문화 확산을 돕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펫샵에서 분양을 기다리는 강아지의 모습.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뉴시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