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피한 한동훈…'김건희 라인' 청산 드라이브

선거 악재에도 부산 금정·인천 강화 '수성'
김 여사 겨냥 '3대 요구'…대통령실 "입장없다"

입력 : 2024-10-17 오후 5:40:50
 
 
[뉴스토마토 한동인·유지웅 기자] '텃밭'을 지켜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본격적인 '당정 쇄신'에 나섭니다. 결과는 싱거웠지만, 결코 쉬운 선거는 아니었는데요. 애초 김건희 여사발 악재에,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선 위기감이 고조됐습니다. 질 수 없는 선거에서 패배하게 됐을 땐, 책임론을 두고 당이 내홍에 휩싸이는 수순이었습니다. 
 
한 대표는 오히려 김 여사 이슈를 공세적으로 제기하며,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부산 금정·인천 강화 수성에 성공하며 '허수아비 당대표'라는 이미지를 극복해 냈는데요. 명분을 확보한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적절한 조치'를 강하게 요구할 걸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독대를 거부하거나, 어깃장을 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장악력 커진 '한동훈 리더십'…내주 독대 '분수령'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는 5만 4650표(61.03%)를 득표하며 3만 4887표(38.96%)의 김경지 민주당 후보에 승리했습니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도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는 1만8576표(50.97%)를 득표하며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반면 한연희 민주당 후보는 1만 5351표(42.12%)로 낙선했습니다. 
 
애초에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 금정·인천 강화이지만, 이번 승리로 한 대표의 정치적 '그립'이 강화될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더해 '공천 개입 의혹'이 터지고,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메시지까지 공개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이룬 승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정구청장 선거는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까지 이루면서 혼전 양상이 이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지게 된다면, 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부산만 6차례 찾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섰습니다. '2차 심판론'과 '김건희 리스크'를 한 대표 개인기로 막아낸 모양새인 겁니다. 김 여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재차 성공했습니다. 그간 부족했던 당내 장악력에도 힘이 붙을 걸로 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5일 부산 금정구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쇄신'만 11번…"이번이 마지막, 변화에 몸 안 사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16분간 발언하며 '쇄신'이란 단어를 11차례나 언급했습니다. 10·16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선 "나라를 생각해서 기회를 한번 줄 테니 '한번 바꿔 보라'는 뜻"이라며 "용기, 헌신, 정교함으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를 겨냥한 '3대 요구'를 내놓았습니다.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 등입니다. 독대를 앞두고 대통령실을 압박한 겁니다.
 
이날 한 대표의 발언은 공개회의 석상에서 김 여사를 거명하며, 요구를 내놓은 방식이라 주목됩니다. 그간 한 대표는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에둘러 의사를 표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명태균씨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해선 "정치 브로커·기회주의자가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에서 활개 치는 것을 막겠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데 대해 "오늘 검찰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일에 이어 또 한 번 '국민이 납득할 결과'를 강조한 겁니다.
 
한 대표의 요구안을 두고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한 자신감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올해 총선에서 연패했는데요. 한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입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 대표 발언에 대통령실의 입장은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독대 때도 한 대표의 발언권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국민의 뜻'이라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은 다음 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이날부터 한 대표 측과 회동의 구체 시기, 방식, 참석자 등 세부내용을 조율하기로 했는데요. 한 대표가 말하는 '독대'와 대통령실의 '면담' 성격이 달라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명태균 파문'과 '검찰 불기소 처분'으로 김 여사 문제가 더 커지면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긴장은 계속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다음 주 두 사람의 만남이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인데요.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이전처럼 꼬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김대남 녹취록에서 촉발된 '김 여사 라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의정 갈등 역시 묵은 숙제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불만이 가득한 모습입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이 도출된다면, 삐걱대던 당정 관계도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두 사람이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빈손 회동'에 그친다면, 당내 계파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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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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