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은 한동훈…김건희, 다시 칩거?

윤석열·한동훈, 21일 오후 4시 30분 '면담'
코너 몰린 윤 대통령, 3대 요구 수용 가능성

입력 : 2024-10-18 오후 5:53:0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만납니다. 주도권은 '보궐선거 방어전'에 성공한 한 대표에게로 넘어갔는데요. 한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에 키를 쥐고 있을 뿐 아니라, 명태균씨의 무차별적 폭로로부터 유일하게 자유로운 인물입니다.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김건희 여사입니다. 윤(대통령)·한(대표) 면담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윤 대통령으로선 한 대표의 '3대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재보선 투표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 여사는 다시 '칩거'에 들어가는 수순입니다.
 
 
한동훈, 윤 대통령에 '3대 요구안' 수용 압박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30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면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 대표는 독대 일정이 정해진 것과 관련해 "변화와 쇄신 필요성, 그리고 민생현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대통령실이 '면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한 대표는 독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배석 가능성은 열어놓은 겁니다. 
 
한 대표가 '독대'에서는 한발 물러선 건데요. 여전한 불씨는 '김 여사'입니다. 여권 최대 리스크를 해결하는 '결기'를 보여준다면, 유력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17일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정리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적극적 협조 등 '3대 요구'를 내놓았는데, 대통령실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싸움을 걸어온다"며 불쾌해하면서도 "입장이 없다"며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서도 한 대표는 "그런 얘기하는 게 좋은 정치를 위해 도움이 되나. 자기 이름 걸고 말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한층 단호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 대표가 '성역'으로 평가받는 김 여사 문제에 고강도 대책을 공개 요구하고 나섰지만, 친윤(친윤석열)계는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권성동 의원이나 장예찬 전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고 발언 수위도 약한데요. 한 대표 대신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김 여사를 비호하는 모양새입니다. 
 
추경호 원내대표 역시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아직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과거 주요 국면마다 조직적으로 움직였던 친윤계 모습과 대조되는 장면인데, 달라진 한 대표 입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전남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 상인들에게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세지는 압박…빈손 회동 땐 '파국'
 
한 대표에겐 모처럼 찾아온 반전의 기회입니다. 인천 강화·부산 금정에서 불어온 상승세를 대권가도까지 연결해야 하는데요.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며 당대표가 됐지만, 줄곧 윤 대통령과 함께 하락세를 탔습니다. "금정에서 지게 된다면, 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원외 당대표'와 '당내 소수파'라는 한계에 밀리면서 기회만 엿본 셈입니다. 대신 그동안 축적한 명분은 충분한데요. '2차 심판론'과 '김건희 리스크'를 이번 선거에서 개인기로 막아내며, 당내 장악력에도 힘이 붙는 수순입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더해 '공천 개입 의혹'이 터졌고, 그 핵심 인물인 명씨의 입이 연일 언론 주목을 받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검찰이 김 여사의 모든 의혹에 면죄부를 주면서, 여론은 악화일로입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여사발 리스크가 '한동훈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이번 면담은 '성사 여부' 자체가 관심사였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 윤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습니다. 이미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에서, 최대 4개의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왔고 8개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한 대표가 본격적인 독자 세력화에 나섰고,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거부권이 무력화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라도, 한 대표의 3대 요구 중 일부를 수용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특히 가장 낮은 수위의 쇄신이라 볼 수 있는 '대외활동 중단'은 가장 먼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명품가방 수수'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전례가 있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대신 사과한 뒤, 5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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