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방송 산업 재도약을 위해 법제도를 통한 변곡점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이 조기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다양한 규제 제약 속에 놓인 레거시 방송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데요. 새로운 제도 설계로 다양한 방식의 대안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미디어 담당 정부기관의 재구조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학계의 지적입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19일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미디어 통합 법제 마련과 같은 큰 틀의 법제도 개편이 이뤄지기 전에는 미디어 시장에서 발생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기 어렵다"며 "경직된 규제의 지속은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제작과 수급을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콘텐츠 품질 저하를 만들고 실질적으로 공익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글로벌 진출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정부 인허가를 통해 진입한 사업자 등 일부는 재원구조 악화로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요. 노 소장은 국내 미디어·콘텐츠 분야 산업의 기반이 침식되기 시작,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사업자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가운데 지식재산권(IP) 확보는 어려워 국내 콘텐츠 산업의 공동화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입니다.
노 소장은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가 디지털 대전환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허가사업자의 유효기간 확대, 재허가 부관 부과 원칙 확립, 네거티브 광고규제로의 전환, 방송심의 규정의 완화, 과도한 편성규제의 폐지 등 다양한 방송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료방송 시청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박성순 배재대 교수도 규제 체계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성순 교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현행 미디어 규제 거버넌스는 복잡해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 지향점 구성을 어렵게 하고, 정책 효율성 또한 저해한다"며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등장으로 국내 방송사업자의 경쟁력이 급격히 상실되는 흐름 속에서 공정 경쟁을 위한 수평적 규제 체계의 도입과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변화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합리적으로 재획정해 국가가 확실히 책임져야 하는 공적 영역과 자율성을 극대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할 민간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맞춰 정책 규제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