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내수·민생 '과제 보완'…지원 제도는 '방치' 수준

내수·민생 과제 계속 보완한다는 정부
이미 있는 지원 제도조차 '작동 안해'
아파도 일터로 내몰린 특고노동자
1인 중증장애인기업 업무지원 예산 '제로'
중기→유니콘 기업 성장 지원 예산 '삭감'

입력 : 2024-10-22 오후 5:11:1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정부가 '성장사다리 구축·사회이동성 개선'을 공언하는 등 내수·민생 과제 보완책을 꺼내들고 있지만, 있는 제도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플랫폼·특고노동자의 산업재해 휴업급여는 아파도 일터로 내몰리게 하는 데다, 1인 중증장애인기업 업무지원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유니콘 기업' 성장 위한 스케일 업(Scale-up) 금융 지원 사업의 내년 예산도 대폭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1일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및 플랫폼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에 '전속성' 규정을 폐지했지만 일일 평균 산재 휴업급여는 지난해 7만4276원에서 올해 8월 기준 6만9586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못했다. (사진=뉴시스)
 
특고 산재 휴업급여, 아파도 일터로
 
21일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이 집계한 '노무제공자 휴업급여 지급 현황'을 보면 플랫폼·특고노동자에게 지급한 일일 평균 산재 휴업급여는 지난해 7만4276원에서 올해 8월 기준 6만9586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6.32% 줄어든 수준입니다.
 
이중 산재가 가장 많은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일일 평균 휴업급여 지급액이 지난해 7만208원에서 올해 5만8431원으로 1만1759원(16.8%) 삭감됐습니다. 다른 노무제공자인 방문강사는 지난해 7만509원에서 올해 5만6037원으로 20.5% 줄었습니다.
 
골프장 캐디 휴업급여는 15.9%, 정수기 등 대여제품 방문점검원은 15.9% 감소했습니다. 방문판매원과 건설기계조종사도 각각 15.4%, 12.7% 삭감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휴업급여 지급기준이 변경된 탓입니다.
 
기존에는 라이더 월수입이 115만원을 넘거나 종사시간 93시간 이상이면 소득과 무관하게 일일 최저임금(2023년 기준 7만6960원)을 산재 휴업급여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플랫폼·특고노동자도 전속성(하나의 사업에서 노무를 상시 제공받고 보수를 받아 생활) 여부와 무관하게 산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에서 고정 경비율을 제외한 실보수의 70%'가 휴업급여 산정 기준이 된 겁니다.
 
정부는 전속성 폐지 후 노무제공자 최저휴업급여액을 일일 4만1150원으로 고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최저임금 7만8880원보다 낮은 휴업급여 수급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는 배경입니다.
 
정부는 노무제공자들이 부업 성격이나 간헐적으로 일하는 경우 많아 최저휴업급여를 낮게 책정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노무제공자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으로 아파도 요양 대신 일을 해야 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4월23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주변에서 지역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행정 당국을 향해 장애인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인 중증장애인기업 업무지원…예산 '0원'
 
중증장애 1인 사업자에게 업무보조 인력을 제공하는 지원 제도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실의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현황'을 보면, 올해 추산 13033개인 전체 1인 중증장애인기업의 0.3%만 지원을 받았습니다.
 
1인 중증장애인기업 업무지원은 근로자가 없이 1인 기업을 경영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업무지원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는 겁니다. 현재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기관 자체 예산 2억원을 편성해 업무 지원하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말까지 업무지원을 받은 중증장애 1인 사업자는 41명에 불과합니다. 
 
지난 9월 '부정수급자'로 낙인 찍혀 생을 마감한 의정부시 시각장애인 안마사도 1인 중증장애인기업 업무지원제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자이었으나 온기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올해에 이어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제외되면서 2년 연속 예산 '0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2일 김정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소기업 스케일업금융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1000억원에서 2025년 정부 예산안 600억원으로 삭감될 예정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니콘 기업 '공염불'…예산 삭감
 
유니콘 기업 성장을 위한 스케일업 금융 예산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실의 집계를 보면, 올해 1000억원인 스케일업금융 지원사업 예산은 내년 600억원으로 삭감될 예정입니다.
 
지난 9월 발표한 '2024년 제2차 스케일업금융' 참여기업 모집 결과를 보면, 278개의 기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발행 예정 규모인 2800억원의 5배가 넘는 1조5737억원 규모가 접수된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은 스케일업금융을 통해 발행한 회사채를 유동화증권(P-CBO)으로 구조화해 민간투자자 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게 매각, 필요 자금을 조달받고 있습니다. 스케일업금융 접수액은 2019년 2조원, 2023년 1조원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케일업금융 예산을 보면 2019년 1000억원에서 2020년 974억원, 2021년 700억원, 2022·2023년 600억원으로 삭감됐습니다. 매년 접수액의 1/1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성장사다리 구축, 사회이동성 개선 등 말만 번지르르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언행이 일치되려면 수요가 있는데도 작동하지 않는 제도들을 정비하고 재정 지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11월 '2차 사회이동성 개선안' 발표를 예고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의 최전선에 있는 현장에 찾아가 목소리를 듣고 내수와 민생을 위한 과제들을 계속 보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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