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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우리나라 은행이 인도시장 개척에 속도를 낸다.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이동한 자금이 유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계속되는 인도시장의 활황에 우리 기업이 현지에서 상장하는 등 은행의 새로운 먹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자금 부양 정책에도 시중은행의 인도지점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외형 확장이 예상된다.
4대 시중은행(사진=각 사)
4대 시중은행, 인도 지점 확대 본격화
22일 은행업권에 따르면 인도 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지점은 총 16개다. 국민은행 3개, 신한은행 6개, 하나은행 2개, 우리은행 5개 등이다. 최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점 수를 늘렸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16일 인도 첸나이와 푸네에 각각 지점을 개설했다. 지난 6월 인도 중앙은행에 추가 지점 설립에 따른 본인가를 획득한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2019년 구루구람 지점을 개점한 후 약 5년 만에 새 지점을 차렸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푸네와 아메다바드 지점을 추가 개설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2년 첸나이 지점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구르가온과 뭄바이지점을 열었다. 인도 지점 추가 설립은 7년만이다. 외환은행 통합으로 해외 지점이 많은 축에 속하는 하나은행은 인도 내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첸나이와 구루그람에 지점이 있으며. 뭄바이를 비롯해 2개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은 인도시장 진출 시기가 가장 빨랐다. 지난 1996년 인도에 진출, 푸네를 비롯해 뭄바이 등지에 6곳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3개 영업점을 추가한 우리은행보다도 많은 규모다.
인도에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을 비롯한 국내 우량 기업이 다수 진출해있다. 특히 시중은행 대부분이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푸네에는 한국 주요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이 위치해있다. IT와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의 중심지로 부상해 이름을 알렸으며, 첸나이의 경우에도 인도 남부에서 상업과 제조업의 허브로 손꼽힌다.
인도 현지 진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은행들은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닌 현지 영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인도 내에서 현지 리테일 영업을 하는 은행은 신한은행뿐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새로 개점하는 은행들도 여수신과 수출입금융 서비스와 더불어 개인금융, 디지털 금융을 제공하면서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등 현지화도 계획하고 있다.
'차이나런' 영향 커…인도 시장 활황 덕에 '기회'
국내 시중은행이 인도시장 문을 두드린 것은 2019년을 끝으로 잠정 중단 상태였다. 약 5년만에 재개된 은행권의 인도시장 개척은 자금의 이동 때문이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돈이 인도로 흘러들었다. 지난 2022년 시진핑 3기 지도부가 시장에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자 막대한 투자자금이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당시 ‘차이나런’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해외직접투자(FDI)는 6480억달러다. 총 FDI의 66.7%를 차지할 만큼 근 10년간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웠다. 최근 FDI의 급증은 인도 정부의 FDI규제 자유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과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의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도의 FDI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전기 자동차, 재생 에너지 등과 같은 미래형 부문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2-3년간 증가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 인도 FDI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8억 달러로 전체의 0.9%지만, 증가세가 전망된다.
자금이 몰리자 증권시장 성장 속도도 빠르다. 인도 SENSEX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상향 추이를 나타낸다. SENSEX는 뭄바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대형우량주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대표 주가지수다. 지난 21일 SENSEX는 전일 대비 0.09% 하락한 8만1151.2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지만 52주 최고치는 지난 9월27일 기록한 8만5978.25포인트다. 52주 최저치인 지난해 10월26일 6만4092.98포인트와 약 2만포인트 넘는 차이를 보이며 급등했다. 반면 중국 증시의 대표적인 지수인 상해종합지수는 인도 SENSEX와 달리 큰 등락은 없었다.
최근 우리 기업의 인도 현지 상장 사례도 나왔다.
현대차(005380) 인도법인은 뭄바이 증시에 상장해 주식 거래를 시작한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번 상장으로 33억달러(4조5000억원)을 조달했다. 4대 시중은행이 지점을 보유한 첸나이와 푸네 지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대차는 인도 첸나이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푸네 공장을 인수해 내년 하반기 가동도 앞두고 있다.
특히 인도의 기준금리도 2021년 4%에 비해 현재 6.5%로 상승해 인도 내에서 이자수익 확보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시중은행 4사가 보유한 인도 익스포저는 ▲국민은행 4710억원 ▲신한은행 2조3083억원 ▲우리은행 2698억원 ▲하나은행 8334억원이다. 지난 2021년 말 ▲국민은행 1707억원 ▲신한은행 1조8500억원 ▲우리은행 643억원 ▲하나은행 5716억원 대비 모두 증가했다. 익스포저는 특정 기업 또는 국가와 연관된 금액의 규모를 뜻한다.
다만 위험 요소도 있다. 중국 자본 시장에서 인도로 자금이 이동해 활황이 됐으나 역으로 중국으로 다시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인민은행과 재정부 등 당국은 특별 국채를 추가적으로 발행하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대한 지원 등 경기부양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국이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주식시장의 자금은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 인도 투자 자금의 환류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면서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로 여전히 꾸준한 유입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