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글로벌 1위 자동차 회사 토요타그룹의 아키오 회장과 3위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만나 미래 핵심 에너지인 수소 모빌리티 큰그림 그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나는 자리는 레이싱 페스티벌 행사지만, 미래 사업 협력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7일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토요타 회장은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행사에서 두 회사는 전시 부스를 꾸려 수소 콘셉트카 등 차세대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대차 부스에서는 1974년 선보인 포니 쿠페 디자인과 첨단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해 미래 고성능 방향을 제시하는 'N 비전74'를 선보입니다. 토요타 부스에서는 '액체 수소 엔진 GR 코롤라'와 수소 콘셉트카 'AE86 H2 콘셉트가 출격합니다.
첫 공식 회동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미래차 동맹에 대한 윤곽이 구체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두 회장은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비공식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토요타 본사에서 회장을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부문에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으로는 모터스포츠 때문에 만난 것이지만, 내부에서는 수소 등 다른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 (사진=뉴스토마토)
글로벌 수소차 1·2위 '맞손'
현대차와 토요타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1,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SNE리서치가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의 총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가 1위(4881대) 2위 토요타(3678대)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수소차가 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때문에 수소차 확대에도 힘이 빠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SNE리서치는 세계 수소차 판매 대수는 지난 2020년 9483대에서 2022년 2만704대로 빠르게 올라왔지만 지난해 1만6413대로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수소 큰그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두 그룹은 미래차는 수소가 될 것이라는 계획 아래 미래차 사업 구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토요타는 세계 수소 산업의 최고경영자(CEO)협의체인 수소위원회의 창립 회원사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에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현재 시험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 조지아주의 새공장 '메타플랜트' 관련 물류 업무에 수소연료전지 트럭을 이용하는 등 실행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토요타의 경우 최근 독일 BMW와 함께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인프라 개발 공동 제작에 나선다고 밝히며 시장 확장 의지도 보였습니다. 토요타와 BMW의 제휴 방안엔 핵심 부품 공급 협업, 수소 충전 인프라 공동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현대 N과 토요타 GR의 차량 라인업. (사진=현대차)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동맹' 주도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 분야에서 라이벌들과 잇따라 동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의 경쟁 업체 등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글로벌 업체와 공동 투자로 비용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새판짜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개발 과정에서 토요타리서치연구소의 거대행동모델(LBM) 학습 관련 전문지식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협력 구상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달 12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주요 전략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면서 생산 비용 절감, 효율성 증대 및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에게 신속히 제공하기 위한 방안 등 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차가 구글의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양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를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에 적용한 뒤,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에 투입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최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종횡으로 협업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우리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