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라인 넘은 북·러…한반도 격랑

러 하원, '군사지원' 북·러 조약 비준…윤, 북 파병에 "단계별 조치"

입력 : 2024-10-24 오후 6:03:15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북·러 관계가 동맹 수준까지 격상되면서 국제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북·러 양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혈맹 관계로 확장하면서 한반도 안보지형에도 격변이 예상됩니다. 북·러 관계가 혈맹으로 진전된다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여기에 북한군의 파병 대가로 현금이나 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흘러갈 경우 대북제재는 무용지물이 되고, 한반도는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러시아 하원이 24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과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습니다. 이 조약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을 국빈 방문했을 때 진행한 정상회담에서 맺었습니다.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한쪽이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조약에 담겨있습니다.
 
러, 미·나토 공식 확인에도 '부인'…한국에 '우크라 개입' 경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훈련을 마친 뒤 러시아 서부로 이동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되면 정당한 표적이 되는 만큼 이에 따른 인명피해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서 현재까지 러시아로 이동한 북한 병력이 3000여명에 달하며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모두 1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북한 파병설에 대해 "허위, 과장 정보"라며 공식적으로 거듭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한국을 향해선 "우크라이나 분쟁에 참여했을 때 한국 안보에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며 강하게 경고했는데요.
 
하지만 이와 같은 러시아의 부인에도, 서방 국가들은 북한 파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 뒤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도 "동맹국들이 북한의 러시아군 파병 증거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며 "대한민국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북·러 군사협력의 진전 여하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폴란드 공동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 파병에 한반도 안보 위협…러시아군 개입 가능성 '우려'
 
북·러가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하기로 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 체결에 이어 북한이 이번에는 직접 군까지 파병하면서 양국이 혈맹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북·러의 협력 수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우선 북한의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기술과 장비가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가장 절실하게 넘겨받길 원하는 군사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과 다탄두 기술 등인데요. 북한 핵탄두와 ICBM의 완성은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로, 북한 입장에선 대미 억제력·협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군 파병과 같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원조를 북한이 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첨단 무기 기술을 절실하게 교환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큰 맥락에서 (이번 파병이) 북한 국방력의 현대화에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또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핵공업 발전 시설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며 산업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북·러 조약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논의 시점은 조약 체결 이후로 알려졌는데요. 이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군이 투입되면서 실제 한국과 북한의 전쟁 시 러시아가 북한을 전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북러 조약을 통한 상호 지원이) 이번에 북한의 파병에 따라 실제 이뤄진 것이니 (북·러가) 혈맹 관계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며 "북·러 조약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함으로 인해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에 대한 사례를 남겼다는 측면에서 한반도에 상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