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전임 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는데, 이 대표 때 출시한 '배달특급'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입니다. 배달특급으 중개수수료를 1%로 정한 경기도 공공배달 애플리케이션(앱)입니다. 그런데 경기도가 값싼 중개수수료를 받는 민간 배달앱을 밀어주기로 했고, 배달특급 관련 예산도 줄여나가는 추세인 겁니다. 앞서 김 지사는 취임 직후 이 대표가 만든 평화부지사 직책도 없앤 바 있습니다.
25일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결과, 경기도는 배달특급을 남겨두되 수수료가 싼 민간 배달앱과의 제휴 정책도 추가하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제휴 대상이 된 민간 배달앱에서 지역화폐를 쓸 수 있게 한 겁니다. 졸지에 배달특급은 경기도가 밀어주는 민간 배달앱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아울러 경기도는 내년도 배달특급 예산을 올해 대비 19.87% 축소한 규모로 경기도의회에 제출했습니다. 기존 62억4000만원을 50억원으로 줄인 겁니다. 배달특급 예산은 김 지사가 취임한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배달특급 예산, 2022년 이후 감소세
경기도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민관협력 제휴 배달앱 사업자를 공개 모집했습니다.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선정한 민간 배달앱을 대상으로 합니다. 선정되면 경기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중개수수료 1% 시장인 배달특급, 2% 중개수수료 시장인 민간 배달앱과의 제휴라는 '투트랙' 방향을 설정했다"며 "배달특급을 공공배달앱으로 운영하는 비용(홍보비, 시스템 유지비)은 세금이기 때문에 (거대) 민간 배달앱만큼 운영비용을 투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건 인지하지만, (민간 배달앱사들이) 중개수수료도 올리고 해서 소상공인이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1% 중개수수료 시장을 남겨놔야 할 필요가 새롭게 부각된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배달 시장 여건상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폐지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공공배달앱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목표"라며 "누구든 상관없이 흰 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시장 점유율만 올리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경기글로벌대전환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경기도는 민간 배달앱과 제휴하는 과정에서 배달특급이 고객을 잃을 가능성에 관해 "그 부분은 저희가 지금 판단할 수 없다"며 "경쟁하든 협력하든 (배달특급과 제휴 배달앱이라는) 2개 앱이 서로 사업하는 방식에서 어떤 형태로 갈지 (당사자들이) 정하면 될 거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는 배달특급을 적극적으로 밀어주던 과거 모습과는 상반됩니다. 2021년 6월29일 경기도는 이재명 도지사의 민선 7기 '공정성 확립을 위한 정책' 중 하나로 배달특급을 꼽은 바 있습니다. 도내 시·군이 배달특급 생태계에 참여하도록 독려했고, 공공배달앱 전국협의체도 구성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기도는 배달특급을 시장논리에 맡긴다는 뉘앙스가 짙습니다. 민간 배달앱과 경쟁해 자체적으로 생존하라는 겁니다. 도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울러 경기도는 2025년도 배달특급 예산을 50억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채영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이 경기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달특급 예산은 △2020년 21억원 △2021년 137억원 △2022년 80억원 △2023년 71억7000만원 △2024년 62억4000만원입니다. 김 지사가 취임하고 2023년부터는 3년 연속 '내리막길' 일변도 양상을 보이는 겁니다.
김 지사의 '이재명 지우기'는 하루이틀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2022년 6월27일 취임하기도 전에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개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일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평화부지사를 없애 경제부지사를 신설하고, 평화부지사가 관장하던 평화협력국을 행정2부지사 산하로 조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평화부지사는 경기도의 평화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이 대표가 도지사일 때 신설된 바 있습니다.
이외에 경기도에는 친문(친문재인)·비명(비이재명)계 정치인들이 점점 모이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 24일 신임 경제부지사에 고영인 전 의원, 새 정무수석에 윤준호 전 의원을 내정했습니다. 지난 8월26일 전해철 전 의원을 경기도정자문위원장에 위촉하기도 했습니다. 또 김민철 전 민주당 의원을 경기도시장증권진흥원장에,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강민석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에 임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