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제강제동원 기업인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과 국부펀드가 투자 이래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가 러시아 증시에 물려, 4850억원 자산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 장기화에 북한군까지 가세하면서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빌려준 경제협력차관의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와 관련해서는 국제사회가 약속한 파리협정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수출신용기관의 자금 지원 제한이 촉구됐습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민연금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정부, 일 전범기업 투자 '역대 최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국민연금·국부펀드 투자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한 규모가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일본 전범기업 63곳에 총 2조27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는 2022년 말 1조5400억원에서 1.5배가량 늘어난 규모입니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 투자한 일제 강제동원기업은 4곳으로 신에츠 화학 6950억원, 도요타 5350억원, 미쓰비시 전기 1230억, 다이킨 산업 1130억원 순이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불복한 미쓰비시 그룹사(전기·중공업·화학)에는 투자 총액만 2150억원에 달했습니다. KIC의 경우는 올해 5월 기준 전범기업 31곳에 약 8000억원(5억8000만달러)을 투자했습니다.
양 기관이 일본 전범기업에 투자해 온 이래 최대 규모입니다.
국민연금 측은 "전 세계 40개국 이상 4000 종목 이상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투자하며, '특정 개별기업'을 따로 투자단위로 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KIC 측도 "특정한 의도가 없으며, 글로벌 지수(MSCI)를 추종하는 일반적인 투자 방식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노르웨이국부펀드(NBIM)에서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인권·환경훼손·부패 등의 문제를 가진 기업을 '핀셋 배제'하고 있다"며 "인권을 훼손하고 우리나라 제도에 불응하는 일제 강제동원기업 주식에까지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21일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및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항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러시아 경협+증시에 물린 '7650억원'
러시아 증시에 물린 4850억원 규모도 문제 삼았습니다.
KIC의 러시아 증시 주식·채권 투자규모는 2021년 3100억원에서 전쟁 후인 2023년 630억원으로 80% 급감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국민연금은 2021년 5893억원에서 전쟁 후 2023년 말 기준 1561억원이 줄어드는 등 26% 감소한 것으로 봤습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러시아 증시에서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 규모는 당시 환율 기준 4330억원(6200만 달러)입니다. KIC도 러시아 증시에서 청산을 유보한 투자규모가 520억원(4000만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하반기 전운으로 하락하던 러시아 증시를 이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때까지 청산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게 안 의원의 지적입니다.
1991년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일환인 '불곰사업'의 차관 상환 여부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동안 차관 상환이 수차례 지연되다, 현재 2800억원 상당(2억1000만 달러)이 남았지만 2023년 6월부터 지연되고 있습니다.
당초 러시아는 2025년 12월까지 모든 원금을 갚기로 하는 등 매년 두 차례(6월1일·12월1일) 원금 35000만 달러와 런던 은행 간 금리인 리보(LIBOR) 0.5%포인트 가산 이자를 주기로 약정했습니다.
하지만 러·우 전쟁 장기화에 북한군 투입까지 가세한 데다, 국제적 제재가 더 강화될 경우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21일 안도걸 민주당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국이 러시아에 빌려준 약 2800억원 상당(2억1000만 달러)의 경협차관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OECD 화석연료 지원 금지…한국은 반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 협약 제6조 개정 협상에 협조하지 않는 등 우리 정부의 화석연료 금융 지원도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재생에너지 금융 투자가 한국의 최우선 과제이자 중요한 기회이나 OECD 수출신용협약 참가국 정례회의에서 다뤄진 화석연료 전반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금지' 논의에 한국이 반대하고 있다는 목소리입니다.
미국·영국·EU·일본 등 협약 참가국 11개국의 합의가 이뤄지면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사업 지원이 중단됩니다. 그러나 참가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에 한국과 튀르키예 두 나라만 반대하고 있다는 게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들의 설명입니다.
한국은 연간 약 100억 달러, 전 세계 국가 중 두 번째 큰 규모로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담당은 "국내외 41개 기후단체들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희성 수출입은행장,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에 화석연료 투자 제한을 요구하고자 서한을 전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용산이 홍보한 '24조원 잭팟' 등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6조원가량에 불과한 '저가 수주' 지적이 거듭 제기됐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