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투자 부진, RE100 탓인가

수출 회복에도 설비투자 감소 탓 내수부진
RE100까지 답 없어 국내 산업공동화 우려
경실련, 삼성에 국내 RE100 계획 수립 촉구

입력 : 2024-10-28 오후 3:53:58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수출 회복에도 설비투자 감소 탓에 내수 부진이 부각됩니다. 경기 불안감이 높아진 속에 국내 투자 감소는 정부의 정책적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출목적 내부거래 감세, 해외자회사의 배당 감세가 국내 대기업의 해외투자 유인을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RE100(신재생에너지 100%) 달성이 어려운 문제가 국내 투자 시 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같은 배경 아래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생산 해외이전 또는 협력사의 공장 폐쇄 이슈가 짙어지면서 산업공동화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내수투자 부진, 관련 지표 바닥권
 
28일 한국은행, 통계청, KDI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나,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입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생산이 부진하고 내수기업의 업황 전망도 낮은 수준입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전년동기비 -1.5%)에 이어 올들어 8월까지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22년 7%에서 2023년 3.2%로 떨어졌습니다. 2023년 4분기 1.8%를 기록했고 올들어서도 1% 언저리의 부진한 흐름을 8월까지 보였습니다.
 
이같은 내수 부진은 투자 위축과 궤를 같이 합니다. 설비투자(기계류·운송장비 위주, 구축물 제외)는 전년동기비 올 2분기에 –2.5%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에도 –1%로 부진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흐름을 보면, 2021년 2분기 16.9%로 대폭 올랐다가 2022년 2분기 –5.5%까지 떨어졌으며 2022년 4분기 다시 4.8%로 회복했다가 2023년 3분기 –3.9%로 저점을 찍었습니다. 2020년을 기준(100)으로 본 설비투자지수도 올 2분기 –1.5%를 나타냈습니다. 이 지수 흐름도 2023년 3분기에 –9.9% 낙폭이 컸습니다. 이를 보면 작년에 하락 지수가 컸고 올해 기저효과가 있음에도 회복이 지연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중 국내 투자에 한정해서 볼 수 있는 기계류내수출하지수(2020년 100 기준)가 특히 부진해 산업공동화 우려를 자아냅니다. 이 지수는 2022년에 전년동기비 1.8%였는데 2023년에 –6.1%로 급락했습니다. 2023년 3분기 –7.9%, 2023년 4분기 –7.7%를 기록했다가 올 1분기 2.1% 반등한 것은 역시 기저효과로 보입니다. 2024년 2분기엔 –0.7%로 기저효과에도 부진한 모습입니다.
 
최근 실제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투자 지연과 광주공장 가전물량 해외이전, LG 및 현대차 등의 해외 협력사 국내 공장 폐쇄 이슈 등이 잇따라 이런 지수 하락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광주공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가전 구모델을 해외이전하고 신규모델을 국내 대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주 목요일(24일) 종합 국정감사에 참고인 출석했던 임민자 성일이노텍(삼성전자 협력사) 대표이사는 “신모델을 대체할 거면 벌써 준비했어야 한다”며 국내 일감 축소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RE100, 삼성이 해야 국회도 한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경실련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뒤처지고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 생산 수율이 낮다는 기술적 문제는 위기의 근인이고 현상일 뿐 근본적 원인은 소유지배구조에서 온다고 진단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에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못받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설계 부문을 매각해야 하고, 각 사업부문도 독립적인 회사들로 분사해야 노키아 같은 몰락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아울러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 전력수급계획 제시 없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도 확신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이번 국감에서 광주지역 삼성 가전 냉장고 라인을 멕시코로 옮긴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광주지역 중소기업 60~100개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인력은 1000명 정도 실업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광주 (생산)라인 하나 뺐을 때 지역경제에 얼마나 큰 충격이 오는지 보여준 것”이라며 “이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메모리, 모바일, 가전 전체가 어려워진다면 지역경제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인력감축, 그리고 있는 조직을 기득권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과감하게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분을 매각하고 각 사업부분을 독립된 회사로 분사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래야만 경영진들이 계열사 덕 보는 게 아니고 자기 책임으로 독립적 경영해서 도전자 정신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그런 결단과 아울러 국내에서 계속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겠단 약속을 국민에게 해야 한다.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전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RE100 압박에 대응해서 TSMC는 2040년까지 대만에서 RE100 할 수 있는 구체적 재생에너지 수급계약을 20년 장기로 맺었다. 삼성전자도 그런 계약을 맺고 앞서 나가야만 삼성 눈치만 보는 국회 정치인들이 나서서 RE100 산업 클러스터를 위한 입법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8일 경실련이 삼성서초사옥 앞에서 삼성 위기 해법과 신재생에너지 수급 계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이재영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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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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