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노출된 삼성전자 사업부 딜레마

사업부간 이해충돌 문제 국감서 언급돼
고동진 의원, 박상인 교수 설계 분사설에
“휴대폰사업부가 퀄컴과 네고 되겠냐” 반문
모바일 가격협상력 탓에…부담 진 파운드리

입력 : 2024-10-25 오후 1:11:59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삼성전자 내 사업부간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문제가 국정감사장에서 노출됐습니다. 전날 늦은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삼성의 설계 매각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고동진 의원(국민의힘,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이 삼성에 AP(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없으면 퀄컴과 협상이 되겠냐는 취지로 반문했습니다. 삼성전자 내 반도체 파운드리는 설계 유출 우려 때문에 애플, 퀄컴 등의 수주일감을 TSMC에 뺏기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반면 모바일은 자체 세컨소싱(2차 공급사)이 있어야 퀄컴향 협상력이 생긴다는 게 고 의원 얘깁니다. 반도체와 모바일이 이해상충되는 지점입니다. 이는 삼성전자가 종합반도체인 데다 모바일, 가전, 패널까지 품은 비대한 사업형태로 인해 분사설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해 주목됩니다.
 
 
갤럭시와 엑시노스 악연
 
지난 24일 산업통장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등 종합감사에서 고 의원은 박 교수에게 “팹리스를 분리하는 게 삼성에게 맞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냐”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박 교수가 “팹리스를 분리하자는 게 아니고 반도체 시스템 설계 부분을 매각하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하자, 고 의원은 “내가 15년 칩을 개발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순간 삼성전자 안에 휴대폰 사업부가 퀄컴이랑 미디어텍하고 가격 네고(협상)가 가능하겠냐”고 되물었습니다. 파운드리 문제를 떠나 모바일 사업부가 어려워진다는 얘깁니다. 이는 거꾸로 모바일 사업부를 지원하기 위해 파운드리가 부담을 지고 있음을 반증합니다.
 
퀄컴 협상 부분은 모바일 구동칩인 퀄컴 스냅드래곤과 삼성 엑시노스를 지칭합니다. 두 AP는 그간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혼용돼왔습니다. 그러다 엑시노스 탑재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갤럭시와 엑시노스 협업이 순탄하지 못했습니다. 2022년에는 갤럭시S22에 엑시노스2200을 탑재했다가 발열제어 성능에서 비롯된 GOS(게임최적화시스템) 성능저하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종희 부회장이 GOS 논란에 대해 사과도 했지만 현재까지 소비자 손해배상 소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 의원이 삼성 모바일 사업부 사장이던 시절에는 갤럭시노트7 화재 리콜사태가 있었습니다. 이 때는 모바일칩이 아닌 배터리가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된 배터리 셀이 삼성SDI 제품인지 의심이 일었지만 고 의원은 “특정 회사를 거명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임기 중 성능저하 이슈도 있었습니다. GOS 논란과 성격은 다소 다릅니다. 2018년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과 삼성전자를 고의적 성능저하 문제로 과징금 처분했던 일입니다. 현지 당국은 양사가 소비자들에게 새 제품을 구매하게 하려고 기기 사양에 맞지 않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했다는 의혹을 접수해 조사한 뒤 징계했습니다. 당시 고 의원은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삼성전자가 당국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제기했던 항소심은 현지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노키아 전철 피하려면”
 
사업부간 얽히는 문제는 과거 노키아 사례처럼 조직이 비대해져서 생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업부를 분사해서 가볍고 의사결정이 빠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견해입니다.
 
앞선 국감에서 정진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오늘(24일) 삼성전자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9월3일부터 10월22일까지 30일 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다. 최근 실적이 아주 나쁜 것도 아닌데”라며 박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박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재 실적보다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나 기관투자자들이 확신을 못 가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파운드리 시장이 앞으로 중요하다. 메모리 시장보다 3배 이상 크다고 본다. 삼성전자도 그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쉽지 않은 듯하다”며 박 교수에게 경쟁력 회복 방안도 물었습니다. 박 교수는 “삼성이 메모리서 가지고 있던 우월성, 기술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HBM은 오히려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다. 메모리 시장이 줄어들면서 대신 파운드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파운드리 쪽에서 애플, 퀄컴, 엔비디아 같은 최첨단 제품을 수주하지 못해서 TSMC와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성공경험을 시스템반도체에 복사해서 하려는 전략적 착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설계 전문회사들이 최첨단 설계도를 설계회사에 보여줄 리 없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쪽 TSMC를 따라갈 기회는 있다. 빅테크들은 세컨소싱하고 싶어 한다. 삼성만큼 TSMC에 가까운 기업도 없다. 삼성이 지금이라도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분을 과감히 매각해야 한다. 매각만 해도 믿지 않을 수 있다.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 같은 걸 입법청원해야 한다. 그럼 진정성을 믿을 수 있고 마지막 기회의 창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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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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