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변화된 소비 패턴이 물가와 고용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물가는 낮춘 반면, 고용은 축소시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 비중 1%p 확대 시 상품물가 0.07%p↓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일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현안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가구, 서적·문구, 의복, 화장품을 비롯한 9개 상품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온라인 소비 비중 1%포인트 상승은 해당 연도 상품 물가상승률을 0.07%포인트 하락시키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온라인 소비 비중이 14%에서 27%로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소비 형태의 온라인 전환은 같은 기간 상품물가를 2.4% 낮춘 것으로 풀이됩니다.
의복·화장품·전자기기 등 온라인 거래가 활발한 온라인 소비 비중이 높은 상품군에서는 가격 인하 압력이 두드러졌는데요. 소비자물가 품목 중 상품 가중치(44.8%)를 적용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지수는 1.1% 낮아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민간소비 확대에도 물가가 떨어지는 현상은 통상 내수 소비가 진작되면 물가도 오르는 것과는 다른 양상인데요. 온라인 판매 시 유통 단계가 축소돼 물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매장 유지 비용과 인건비가 줄면서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영향으로 해석됩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온라인 소비 비중 증가가 상품물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코로나19 위기 직후 급격히 확대된 물가상승세 안정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자상거래 기술 발전과 온라인 소비 확대로 인한 경쟁 촉진의 결과 발생하고 있는 물가안정 효과가 관련 산업의 독과점화로 저해되지 않도록 시장 여건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이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일자리 연간 '3만4000개' 증발
온라인 소비 확대는 물가 안정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확대될 경우 1년 동안 평균적으로 3만4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온라인 소비 확대의 영향은 업종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는데요. 대체로 충격 발생 1~2분기 후 극대화되고 1~2년 후에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용 반응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업종은 숙박⋅음식점업입니다.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취업자 수 증가폭이 2분기 후 최대 2만7000명 축소됐으며 상당 기간 유의미한 파급효과가 지속됐습니다.
도소매업의 경우 온라인 소비 충격이 발생한 해당 분기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최대 2만7000명 축소됐지만 영향은 비교적 단기간에 그쳤습니다.
반면 운수⋅창고업에서는 해당 분기에 오히려 증가폭이 1만7000명 확대되는 등 단기적으로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평균적으로 1년 동안 고용 효과는 숙박⋅음식점업에서 2만3000명, 도소매업에서 1만9000명이 감소했고 운수⋅창고업에서는 8000명이 증가했습니다.
일부 업종에서의 고용 창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소비 확대가 전체 고용에 상당 기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단기간 내 종사자들의 업종 간 이동이 쉽지 않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노동시장에서는 업종 간 고용조정을 촉발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경제⋅사회 정책이 필요하다"며 "택배⋅물류 부문이 성장하면서 특수고용직 등 기존 취업 형태와 성격이 다른 근로자들의 비중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