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중동전 1년…물가·원유·수입다변화 '3중고'

중동 분쟁 1년 넘었지만…긴장감 고조
무장 수뇌부 제거에도 '불확실성 존속'
해운운임 하락세이나 여전히 높아
물가 안정 불안 요인…국제 유가도 '흔들'

입력 : 2024-10-24 오후 5:32:2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중동 정세는 더욱 긴박해지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군 참수작전으로 무장 세력 수뇌부가 잇따라 제거됐지만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글로벌 원유 수급과 국제유가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장기화 될 경우 불확실성 존속에 따른 악영향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물가 관리, 원유 비축량 유지, 수입처 다변화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치 이행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광주지역 노동인권시민사회단체는 올해 2일6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1년 넘긴 '중동 전쟁'…"장기화 높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24일 KIEP 세계경제 포커스를 통해 "최근의 이스라엘 행보와 이에 대한 동인을 고려하면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여 대외여건 불확실성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은 지난해 10월7일 시작돼 1년을 넘긴 상황입니다. 특히 1년 넘게 지속된 중동의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해상 운송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등 해상운임 고공행진 여파는 여전합니다.
 
KIEP 측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수에즈 운하 일평균 통항 선박 수는 전년 동기보다 62.4% 감소한 27.7척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만, 전쟁 발발 후 상승 추세를 지속한 한국형컨테이너운임지수(KCCI)가 지난 7월 기존의 다섯 배 수준인 5135까지 치솟았으나 3000대까지 13주 연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초 KCCI는 3451로 전주(3740)와 비교해 7.7% 내린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미국 서부, 동부, 유럽연합행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행의 경우는 8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높은 해운운임은 수출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등 영업이익 악화가 불가피합니다. 예컨대 올해 3분기 LG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0% 넘게 줄어든 배경에는 글로벌 정세 불안에 따른 해운운임 상승 등 물류비 부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통항 선박에 대한 공격은 글로벌 해상 운송 비용을 올리고, 결국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가됩니다. 영국에 기반한 경제정책연구센터(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는 홍해 내 물류 혼잡으로 올해 전 세계 물가상승률이 평시대비 0.18% 추가 상승한다는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가령 국내 한 수입차정식서비스센터의 경우 '브레이크 하이드로백' 부품이 70만원대였으나 현재는 두 배가 오른 140만원대로 폭등한 상태입니다.
 
 
지난 23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 제한적이나 부담 가중"
 
국제유가·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합니다. KIEP 측은 지난 1년간 국제유가가 몇 차례 변동만 있을 뿐 일정 수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질적인 원유 공급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원유 수급 차질과 유가 상승 우려를 떨칠 수 없는 시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원유는 8개월치가 비축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은 2021년 59.8%에서 2023년 71.9%로 2년간 12.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72.3%로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우리나라의 대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는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축소도 기름값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따라 오는 11월부터 휘발유 유류세가 리터당 698원, 경유 유류세는 448원으로 각각 42·41원 오릅니다.
 
유광호 전문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이 어려워진 가운데 미국·카자흐스탄 등 유럽 주변국으로부터의 원유 도입 경쟁이 심화된 것이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내 공급 차질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우리 정유사의 대체 수입처 발굴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불확실성 존속으로 물가 관리, 원유 비축량 유지, 수입처 다변화 등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조치 이행 필요성도 지속 부각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우리 정부 및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우영 코트라 테헤란무역관은 "이스라엘과 이란은 이란의 석유 및 에너지 시설을 포함한 서로의 중요한 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만약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이란의 석유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석유 기반 경제인 이란의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란의 경제 성장률은 2024년에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7차 5개년 개발 계획에서 설정한 8%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간의 이란의 경제 성장은 석유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석유 수출은 미국의 대선과 다음 미국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제재 등 정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24일 KIEP 세계경제 포커스를 통해 "2022년 12월 한·이스라엘 FTA 발효로 우리나라 GDP의 0.007~0.061%, 소비자후생 0.83억~7.2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역내 분쟁 발발로 FTA 체결 효과가 당장 발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출처=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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