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금상추'에 농림수산품지수 역대 최대

한은 농림수산품 물가지수, 전월보다 5.3% 치솟아
이상 기후 빈도 잦아지면서 채소류 중심 작황 악화
중장기 관점의 수급 안정 방안 마련 절실

입력 : 2024-10-22 오후 3:13:13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배추, 상추, 토마토 등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지난달 농림수산품 물가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 여름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의 빈도가 잦아지면서, 채소류를 중심으로 작황 악화가 심화한 까닭인데요.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김장철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중장기 측면의 신선식품 수급 안정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서민들 고통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17(2020년=100)로 집계되며 전월(119.38) 대비 0.2%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이중 농림수산품 물가지수는 125.81로 전월보다 5.3% 치솟으며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산물은 0.8% 하락했지만 농산물이 5.7% 올랐고, 축산물이 무려 8.2% 급등한 탓이 컸습니다.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배추(61%), 토마토(51.1%)의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또 돼지고기(16.1%), 쇠고기(11.2%) 등 축산물 오름세도 두드러졌는데요.
 
2024년 9월 생산자물가지수 주요 품목 증가율 비교 그래프. (제작=뉴스토마토)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등 가격 변동을 표시하는 지수를 의미하며,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때문에 당분간 농림수산품 물가의 불안정성 역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주요 채소 가격의 급등세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배추 가격은 1포기당 9162원으로 1년 전 5931원보다 3000원 이상 치솟았습니다.
 
또 같은 기간 적상추 소매가격은 1288원에서 2085원으로 800원 가깝게 올랐고, 토마토는 1㎏ 기준으로 1만1132원에서 1만3722원으로 23.27% 상승했는데요.
 
이처럼 채소류의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것은 이들 품목이 이상 기후 발생 시 직격탄을 맞는 탓이 큽니다. 배추, 상추, 토마토 등은 폭염 및 폭우가 반복될 경우 생육환경이 악화해 농민들이 수확을 어려움을 겪는 품목들입니다.
 
특히 추석 전후 시기에는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데다 요즘 같은 초겨울에는 김장 수요까지 겹치기 마련인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채소류 가격은 대폭 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자 윤 대통령도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김장 재료 등 국민이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다"며 "수급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위축된 소비심리 회복에 주력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는데요.
 
업계는 정부가 단기간 물가 안정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 측면의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기후 민감도가 높아 수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사실 기후 변화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에, 이에 대비하기 위한 거시적 차원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우 교수는 "농작물 재배 면적을 조정하거나 이를 위한 보조금 지급 등이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한 수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고민해야 하는데, 다만 이 경우 우리 농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지원책 역시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 식료품 매대에 배추들이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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