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지주계열 생명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이목이 쏠립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시장금리 하락 등 변수가 많았던 영업 환경에서도 실적 개선과 건전성 관리에 상당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변 없으면 2+1 임기 전망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가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2+1' 임기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융지주계열 보험사 대표의 임기는 금융지주에서 결정하는데요. 은행장의 경우는 기본 2년에 연임 1년을 더한 '2+1' 임기가 통상적이므로 보험사 대표의 임기도 비슷한 맥락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생명보험업계의 업황 불황 속에서도 호실적을 낸 신한라이프의 경우는 이영종 대표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한라이프는 보장성 보험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인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6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9.2% 증가했습니다. 이 대표 취임 전인 2022년 3분기와 비교하면 26% 증가한 수치입니다.
3분기 누적 연납화보험료(APE)는 1조2155억원으로 무려 63% 성장했습니다. 건전성 지표인 K-ICS(킥스)비율 잠정치는 230%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신한지주(055550)에서 비은행 계열사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인데요. 영업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트렌드에 맞는 상품 전략으로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이 대표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에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신한라이프 대표로 올라선 후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요양사업 문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올초 시니어사업 전담 자회사로 출범한 신한라이프케어도 이달 중 데이케어센터 1호를 오픈합니다. 내년에는 경기 하남시에서 도심형 요양시설을, 2027년에는 서울 은평구에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개소를 목표로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신한라이프가 중장기적으로 업계 '탑2'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있어 이 대표의 리더십과 경영 철학의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환주 KB라이프 대표는 지난해 출범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있는 상품군으로 고객 신뢰를 쌓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KB금융(105560) 계열사인 KB라이프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지만, 연금보험과 치매·간병보험 상품 등의 호조에 힘입어 신계약 계약서비스마진(CSM)에서 전분기 대비 5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판매조직 자회사인 KB라이프파트너스가 2022년 출범 후 프리미엄 종합금융 시장에 안착한 것도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를 나타내는 킥스 비율은 3분기 기준 무려 289%로 추정되는데, 이는 마케팅을 위해 저렴한 보험료를 내세우거나 보장 확대를 강조하는 것보다는 고객의 니즈를 수용하되 KB라이프만 가질 수 있는 상품 차별화 전략을 세운 결과입니다.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를 통해 일찌감치 시니어 시장에 뛰어들었던 KB라이프는 내년에 서울 은평구와 강동구, 경기 광교에 노인요양시설을 개소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평소 좋은 열매는 미래를 위해 남긴다는 '석과불식'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합 법인 이후 수익 성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까지 임기를 유지할 전망입니다. 연내 보험금 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되면서 KB라이프가 시장 공략 계획을 세운 만큼, 업무 연속성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해진 농협생명 대표 연임 불투명
윤해진 NH농협생명 대표도 취임 후 농협생명의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습니다.
농협생명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2478억원으로 1년전보다 무려 37.1%가 증가했습니다. 신계약 CSM이 4164억원에서 7226억원으로 73.5% 급증하며 보험 손익이 개선된 영향입니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시장금리 하락에 힘입어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도 399.18%로 우량한 건전성을 나타냈습니다.
다만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들의 성과와 관계 없이 추가 임기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변수로 꼽힙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제도나 고금리 기조 등 시장 불확실성에서도 생보사들이 보장서어 보험 비중을 늘리고 건전성 강화에 노력했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열매를 거두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특이한 변수가 없다면 금융지주들이 통상적으로 단행해왔던 연임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왼쪽부터)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윤해진 NH농협생명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