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국내 드라마 시장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만들수록 손해인 상황에 직면했는데, 원인으로는 제작비 상승이 지목됩니다. 최근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이 커진 점도 국내 드라마 시장에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적자
올해 시청률로 성공한 작품이라면 단연 지난 4월 종영한 tvN '눈물의 여왕'을 꼽을 수 있습니다. 24.9%(닐슨코리아 집계 기준) 시청률과 화제성까지 모두 잡아 주목 받은 작품입니다. 흥행작을 내놓았음에도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253450)의 2분기 매출은 1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0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엄마친구아들', '정년이'까지 줄줄이 흥행작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포스터.(사진=스튜디오드래곤)
올해 최대 흥행작 '눈물의 여왕' 제작비는 편당 35억원으로 총 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공개된 10부작 디즈니플러스 '삼식이삼촌' 제작비는 400억원으로 회당 40억원입니다.
2020년 전후 드라마 회당 제작비는 6억~7억원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회당 10억이 넘어가는 드라마가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회당 제작비가 10억이 넘어가면 국내 지상파, 케이블에서 제작비 회수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 PPL를 넣는다 하더라도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에 가까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OTT에 팔아야 제작비를 보전할 수 있습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평균적으로 2022년에 비해 2023년 한 20~30% 제작비가 올랐는데 평균적으로 150억원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과거 20편 제작하던 드라마를 3편밖에 제작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편수 줄고 일자리 줄고…악순환 고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제작 편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2022년 방송된 한국 드라마는 141편입니다. 2023년 123편, 올해 제작 예상 드라마는 105편입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36편이 줄어든 겁니다.
지상파 방송국 등은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제작 편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올해 방송됐거나 편성이 확정된 작품은 tvN 15편, KBS 13편, JTBC 11편, MBC 9편, SBS 6편, ENA 4편입니다. 반면 작년 방송된 드라마 작품은 tvN 18편, KBS 14편, JTBC 10편, MBC 9편, SBS 9편, ENA 12편입니다.
글로벌 OTT의 경우 넷플릭스는 작년 14편, 올해도 총 14편의 드라마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작년 9편에서 올해 1편 늘어 10편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드라마 촬영 현장.(사진=뉴시스)
드라마 편성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 수익이 줄어들어서 해외 유통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제작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해외 OTT에 판매를 한다고 높은 수익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 보니 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일부 배우들 사이에서도 작년부터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조연급 배우들 출연이 확실이 줄어든 느낌이 강하고 일부 배우는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제작 편수가 줄다 보니 단역급 시장은 더 치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숏폼 드라마 공습까지
최근 영상 제작 업계 최대 이슈는 숏폼 드라마입니다. 중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숏폼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숏폼 드라마는 중국에서 2022년부터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2023년 7조원 규모로 성장했는데, 올해는 9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작년 중국 영화 시장 규모와 비슷합니다.
기존 드라마 제작비의 경우 회당 10억원 이상을 넘어가지만 숏폼 드라마는 50부작 기준 1억~1억500만원 선입니다. 상대적으로 제작 비용이 적은 데다 회수율도 높습니다. 작년 중국에서 나온 숏폼 드라마 히트작의 경우 매출이 200억원으로 30%의 수익을 냈습니다.
더욱이 콘텐츠 소비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숏폼앱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OTT 사용시간의 7배 이상 높습니다. 그만큼 콘텐츠 소비 시장의 중심축은 이미 OTT에서 숏폼으로 넘어간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 숏폼 드라마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입니다. 숏폼 드라마 전문업체들이 활로 개척을 위해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러는 사이 중국·미국 등이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연간 300%씩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라며 "더구나 기존 콘텐츠 제작 방식과 달라 작가, 감독을 이제 막 양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드라마 '오늘 저녁은 너다' 스틸컷. (사진=탑코미디어)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