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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5일 17:0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계가 자본적정성 추가 하락 위기에 놓였다. 이미 상반기 지급여력(K-ICS) 지표가 크게 저하된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보험부채 할인율 제도 변경, 각종 위험액 증가 등 외부 환경이 K-ICS 산출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형사들도 K-ICS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IB토마토>는 K-ICS 지표의 구조별 전망과 대응 전략, 그리고 그에 따른 제한 사항을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사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위기다. 적정성 지표인 K-ICS 비율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 내년까지 추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K-ICS 산출에서 한 축을 맡고 있는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대규모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금리가 하락한 데다 보험부채 할인율 변동이라는 제도적 변수까지 겹친 결과다. 할인율 기준이 내년에 더 강화되는 만큼 하방 압력이 거세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줄면서 자본 저하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보험사 가용자본 규모는 약 257조5000억원이다. 지난 1분기 259조5000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가용자본은 보험사가 각종 손실위험을 보전할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실질 자본을 의미한다.
가용자본이 감소하면서 K-ICS 비율도 하락했다. 업계 2분기 K-ICS 비율(경과조치 후 기준)은 217.3%로 전 분기 대비 6.3%p 떨어졌다. K-ICS 비율은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대비 가용자본 방식으로 구한다. K-ICS 산출 계산에서 분자가 줄어든 것이다.
가용자본 증감에는 당기손익과 조정준비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이 영향을 미쳤다. 2분기 당기손익과 조정준비금은 1분기 대비 각각 4조5000억원,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조정준비금은 K-ICS 건전성 감독 기준과 보험감독회계 기준 두 재무상태표상 자기자본의 차이 금액을 나타낸다.
반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대폭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11조9000억원 줄었다. 해당 금액이 당기손익과 조정준비금 증가분을 넘어서면서 가용자본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시장금리 변동으로 보험사 자산·부채 평가가 달라지는 부분이 반영되는 계정이다. 3분기에는 금리가 하락하면서 자기자본이 쪼그라들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회계적으로 자본 항목 내 기타포괄손익누계액 감소로 계상됐다.
금리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보험사 가용자본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보험사는 상품 만기가 긴 만큼 보험부채(보유하고 있는 계약) 듀레이션이 운용자산(채권 등 금융상품) 보다 길게 형성된다. 듀레이션은 금리에 대한 민감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부채가 자산보다 금리에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보험사 운용자산은 채권 중심으로 구성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금리도 떨어지는데, 이미 보유하고 있던 채권 가격은 올라 자산의 평가이익이 늘어난다. 다만 부채가 금리에 더 민감한 만큼 가치가 자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그 격차만큼 자기자본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보험부채 할인율 기준 계속 강화…“내년이 더 문제”
금리 외에 보험부채 할인율이라는 제도 조정도 가용자본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리 변동이 시가 평가 보험부채에 반영될 때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할인율이 적용된다. 이는 보험부채 만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종관찰만기인 20년까지는 실제 국채금리를, 20년 초과 60년 미만 구간은 보간법을 통해 산출한 금리를, 관찰이 불가능한 60년 이상 구간은 장기선도금리를 이용하는 식이다.
금융당국은 할인율 기준을 강화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K-ICS 도입을 준비하던 때와 달리 현재는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에 기존 수준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제한이 따른다는 명목에서다.
할인율 조정 요소는 장기선도금리 인하, 최종관찰만기 확대, 유동성프리미엄 조정 등이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장기선도금리 하향은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최종관찰만기 확대는 내년부터 시행된다. 유동성 프리미엄은 개별 항목별로 적용 시점이 다르다. 일부는 올해 반영됐고 나머지는 내년 이후다.
이러한 요소들 조정으로 보험부채 할인율이 내려가면 자산 규모에는 영향이 없지만 부채 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앞서 상반기 자본적정성이 저하됐던 배경에도 보험부채 할인율 변동이 있었는데, 내년부터 기준이 강화되면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향후에도 최종관찰만기 확대, 유동성프리미엄 인하 등 제도 강화가 예정돼 있는 점은 자본비율 관리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할 경우 자본비율은 더욱 저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보험사 자본력이 한차례 크게 저하되면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종관찰만기 확대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제도 개선에 대해 금리 시나리오별로 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내년에 최종관찰만기가 확대되면 보험사에 영향이 클 것”이라면서 “개선 향방이나 정도를 알 수 없지만 유예되면 그 자체로 의미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예가 되더라도 자본적정성에 대한 부담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