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1월에야 '올해 두 번째 공소제기'…수사자료 유출 검사 기소

공무상비밀누설로 기소…검사실서 '사건 수사 기밀자료 촬영' 묵인 혐의

입력 : 2024-11-06 오후 4:54:32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6일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공수처가 올해 두 번째로 공소제기한 사건입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전직 검사 출신 박모씨를 전날(5일) 불구속기소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박씨는 제보자인 사건 관계인 A씨에게 압수물 등 수사자료를 사진으로 촬영하게 해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습니다. 박씨는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 마약과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법무법인 대표입니다. 
 
지난 2022년 8월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새 로고를 반영한 현판이 걸려있다(사진=뉴시스)
  
공수처 관계자는 "판례 등도 검토했고,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를 포함해 저희가 수사한 내용, 관련자들 수사한 내용 등을 봤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고의성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 의미가 고위공직자 처리인데, 전직 검사를 수사한 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였던 박씨는 지난 2019년 '군납업체 뇌물 사건'을 수사하면서 자신의 검사실에서 뇌물공여 공범인 A씨가 사건 관련 압수물을 촬영하게 하고, 묵인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공수처는 2019년 11월7일 검사실에서 A씨에게 뇌물 사건의 압수물 중 자필 메모를 촬영하게 하고, 한달 뒤인 12월4일 A씨에게 압수수색영장으로 확보한 금융거래정보를 촬영하게 한 것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A씨가 촬영한 자료는 자필 메모와 수사 대상 업체의 법인 카드 내역이 담긴 엑셀 화면 등 압수물, 관련자 가족관계증명서, 수사 포렌식 담당자 연락처 등 총 171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는 수사기관이 정확한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사건 관계인과 12차례에 걸쳐 통화하다가 구체적 수사 정보를 누설한 경우 비밀 누설 고의가 있다고 인정한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무상비밀누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공수처는 수사 결과 박씨에게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박씨는 제보자가 군납비리 사건 내부고발자였던 만큼, '수사상 필요에 의해 그 부분 촬영을 허용했다'고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에 대해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것은 올해 9월12일입니다. 이날은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 한 날입니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공소시효 예정일(11월6일) 직전에 넘겨받은 셈입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쇠수사처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5차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5년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공수처의 이번 기소는 2021년 1월 조직이 출범한 이후로 다섯 번째, 올해로는 두 번째입니다.  앞서 공수처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2022년 3월)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사건(2022년 5월) △윤모 전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2022년 9월) △고위 경찰의 7억원대 뇌물 사건(2024년 4월) 등을 수사한 후 기소한 바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수처가 1월부터 6월까지 접수한 902건 중 처리한 건은 715건, 기소한 건은 1건입니다. 지난해에는 2401건을 접수받았지만, 공소제기는 한 건은 없었습니다. 
 
공수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갈수록 수사할 건 수는 많아지는데, 공수처 수사 인력과 예산, 인프라 부족 등은 계속되고 있다"며 "일선에서 공수처 검사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처우 등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근윤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