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초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다시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국정감사를 끝내고 국회가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나서는 시기에 맞춰 노조법 등 시급한 노동입법을 처리하자는 겁니다. 양대노총은 연내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8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노총은 이번 22대 정기국회에서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과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등 최소한의 안전정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 노동입법 관철 때까지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노총은 전날인 7일 열린 윤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통해 법치 확립의 토대 위에서 유연하고 활력있는 노동시장을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며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은 재벌 대기업에게 쉬운 해고와 적은 임금, 무한대 노동시간의 자유이용권을 주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에도 정부의 친자본·반노동 폭정은 계속됐다”며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가 총력을 기울여 추진했던 노조법 2·3조 개정은 두 번의 대통령 거부권으로 인해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더 미룰 수 없는 노동입법을 22대 국회가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연이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행이 좌초됐습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인정하고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노조법 2조 개정안에는 사용자 개념과 쟁의범위를 확대해서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동법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택배기사 등 특수·간접고용 노동자들까지 법적 보호 대상에 포함합니다. 노조법 3조 개정안은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등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사회보험 확대 적용 주장도
현재 정부는 노조법 개정 대신 노동개혁 일환으로 ‘노동약자보호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달 중으로 국민의힘이 법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4일 윤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 시정연설을 하면서 “노동개혁의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노동약자보호법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약자보호법에는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을 대상으로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노동분쟁 지원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관계법 사각지대에서 노동약자를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양대노총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 대상을 확대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약자를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닌 제3의 지대로 묶어내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약자 지위를 고찰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노조법 개정과 적용을 반대하고 제3의 법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정부의 노조와 비노조 갈라치기 프레임을 통한 반노동 정책”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양대노총은 22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노동입법 과제로 노조법 2·3조 개정 외에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사회보험 전면 적용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법제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향상, 수급연령·정년 격차 해소 등을 꼽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